방한 외국인의 의료 소비가 다섯 달 연속 2000억 원을 넘어섰다. 주축은 피부과와 약국이다. 피부과 시술을 받고 약국에서 더마코스메틱을 사는 패턴이 올 들어 두드러졌다. 계속되는 올리브영의 인기까지 고려하면 외국인들이 올리브영에서 K뷰티 브랜드를 접하고, 피부과에서 시술을 받고, 약국에서 고함량 스킨케어 의약품을 사는 K뷰티 소비 동선이 자리를 잡는 모양새다.
31일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 데이터랩’에 따르면 7월 외국인 의료 소비액은 2130억 7968만 원으로 전년 동기(1280억 원)보다 66.5% 늘었다. 3월 2044억 원으로 2000억 원대에 올라선 뒤 7월까지 다섯 달 연속 2000억 원을 웃돌았다. 의료 소비액은 방한객의 신한카드 결제액을 토대로 추산한 값이다.
진료과목별로는 피부과가 54.9%로 가장 많았다. 성형외과(19.3%), 약국(12.7%), 대학·종합병원(6.5%), 치과(4.0%), 안과(1.5%)가 뒤를 이었다. 피부과와 약국을 합치면 외국인들의 의료 소비액 67.6%를 차지한다.
결제 건수로 보면 약국이 1위다. 특히 전체 의료 결제 건수에서 약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7월 56.37%에서 올해 6월 68.96%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약국 결제 건수는 17만 5000여 건에서 41만 2000여 건으로 2.4배가 됐다.
BC카드가 집계한 상반기 방한 외국인 카드 소비에서도 약국 결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76.9% 급증했다. 한방 의료(193.1%)와 피부미용(109.8%)이 뒤를 이었다. 이 기간 의료 업종 전체 이용금액은 98% 늘었다.
약국 소비를 이끄는 요인도 K뷰티로 분석된다. 안티에이징 제품 ‘닥터 리쥬올’, 여드름 치료제 ‘애크논’과 ‘애크린’, 흉터 치료제 ‘노스카나’가 해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자주 거론된다. 최근에는 색소 침착을 완화하는 ‘멜라토닝 크림’도 인기 품목에 올랐다. 대부분 피부과가 다루는 영역과 겹친다. 뷰티 업계 관계자는 “유효 성분 함량이 높고 안전성이 담보된다는 점이 K뷰티 구매처로 약국이 인기 있는 이유”라며 “한국 여성의 피부 관리 비결이 화장품이 아니라 동네 약국에 있다는 인식이 SNS를 타고 퍼진 결과”라고 말했다.
이런 추세에 외국인 맞춤형 약국도 나타났다. 서울 강남과 홍대·성수·명동 등 관광 중심지에는 외국인을 겨냥한 더마코스메틱 특화 약국이 속속 들어섰다. 레디영약국·홍익약국 등은 매장 안팎에 외국어로만 작성된 안내문과 영상을 걸어 뒀다. 영미권 인스타그램과 중화권 위챗·샤오홍슈 등 지역별 SNS 채널을 직접 운영하고 방문객에게 부가가치세 환급도 제공한다. 관광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부 약국은 올리브영과 다이소·무신사 등 이른바 ‘올다무’를 잇는 새로운 쇼핑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K뷰티 소비사슬의 다음 고리로 자리잡으려는 시도도 한창이다. 외국인 대상 인바운드 관광 플랫폼 크리에이트립은 서비스 영역을 피부과에서 시력 교정과 치아 미백, 스케일링 등으로 넓히고 있다. 미용업계도 차기 주자 자리를 노리고 있다. 실제로 홍대 일대 미용실들은 외국인 전용 통역사 등을 배치하고 있다. 지난달 준오헤어의 전체 외국인 방문객은 전년 동기대비 52% 늘었다.
최규완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교수는 “국내 인바운드 의료 관광객의 소비 성장률이 2030년까지 연평균 24.4%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며 “어떤 산업도 이 같은 성장률을 보이는 곳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피부과를 유입 채널로 삼아 다른 의료나 웰니스 상품과 연계하는 전략을 가동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