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할부금융을 취급하는 주요 캐피털사의 할부금융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다. 고금리로 차주의 상환 부담이 커진 가운데 건설 경기 부진까지 겹치면서 상용차는 물론 건설기계 할부금융에서도 건전성 부담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30일 금융계에 따르면 JB우리캐피탈의 올 6월 말 할부금융 연체율은 3.62%로 지난해 말(2.71%)보다 0.91%포인트 올랐다. 2024년(2.84%)보다도 0.78%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할부금융 연체율은 전체 연체율(2.69%)을 크게 웃돌며 대출·리스 등 다른 금융자산보다도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할부금융은 자동차나 기계설비 등을 살 때 금융회사가 소비자 대신 판매사에 구매 대금을 지급하고 소비자가 일정 기간 원금과 이자를 나눠 갚는 방식이다. 캐피털사의 주요 사업 중 하나로 특히 자동차에 집중돼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체 할부금융 취급 잔액 47조 2014억 원 가운데 자동차는 45조 7704억 원으로 약 97%를 차지했다.
할부금융 연체율 상승은 다른 캐피털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KB캐피탈의 올 6월 말 할부금융 연체율은 1.97%로 지난해 말의 1.14%보다 0.83%포인트 올랐다. 전체 연체율(1.93%)을 소폭 웃돌았고 리스 연체율(1.20%)보다도 높았다. 우리금융캐피탈의 할부금융 연체율 역시 지난해 말 1.12%에서 올 6월 말 1.26%로 상승했다. 2024년 말(0.84%)과 비교하면 0.42%포인트 높아졌다. 하나캐피탈은 올 6월 말 0.96%로 지난해 말(0.99%)보다 소폭 낮아졌지만 2022년 말(0.35%)과 비교하면 약 3배 수준이다.
할부금융 연체율 상승에는 고금리와 경기 둔화에 따른 차주의 상환 여력 악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중고차 금융은 차주의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경기 둔화나 금리 상승 시 상환 여력이 빠르게 약화될 수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JB우리캐피탈에 대해 “중고차 금융 등 취급 상품 차주의 신용도가 열위에 있어 금리 및 경기 민감도가 높은 수준”이라며 “시장금리 상승 및 경기 양극화 추세를 감안할 때 자산 건전성 하방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평가했다.
다중채무를 가진 차주가 많은 점도 부담이다. 한 캐피털사 관계자는 “할부금융을 이용하는 차주 중에는 신용대출 등 다른 대출을 추가로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고금리로 다른 대출의 상환 부담이 커지고 연체가 발생하면 할부금융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건설·운송 경기와 밀접한 상용차와 건설기계에서는 연체 부담이 더 커지고 있다. 관련 업종의 일감이 줄면 차주의 소득이 감소해 할부금 상환 여력도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현대·하나·우리금융·JB우리·메리츠캐피탈 등 5개사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들 회사의 올 5월 말 상용차 할부금융 연체율은 0.72%로 지난해 말(0.54%)보다 0.18%포인트 상승했다. 상용차 금융에는 화물차와 덤프트럭, 레미콘 등 운송·건설 현장에서 주로 사용되는 차량에 대한 금융이 포함된다.
건설기계 할부금융은 상승 폭이 더 크다. 5개사의 올 5월 말 건설기계 할부금융 연체율은 1.43%로 지난해 말(1.11%)보다 0.32%포인트 올랐다. 2024년 말(0.43%)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높아졌다. 5개사의 건설기계 할부금융 신규 취급액은 연간 600억~700억 원대로 1조 원 안팎인 상용차 할부금융보다 시장 규모는 작지만 연체율은 오히려 높다.
업계 관계자는 “상용차나 건설장비 할부는 건설 업황이 나빠질수록 건전성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며 “건설 경기 부진과 고유가가 이어지면서 연체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