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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여보, 60세 정년 꼭 채우고 싶었는데 미안해”…현실은 ‘평균 53세’에 짐 싼다

29.08.2026 1분 읽기

법정 정년은 60세지만 실제로는 평균 53세에 주된 일자리를 떠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년까지 일하는 근로자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정년을 일괄적으로 늘리기보다 임금과 직무를 조정해 퇴직자를 다시 고용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국민이 10명 중 7명에 달했다.

28일 한국법제연구원에 따르면 전국 만 20세 이상 성인 남녀 1600명을 대상으로 청년세대와의 상생을 위한 고용 연장 방안을 조사한 결과, 69.3%가 호봉제를 유지한 채 정년을 연장하는 방식보다 임금과 직무를 조정한 뒤 퇴직자를 재고용하는 방안을 선호했다.

노동시장에서도 법정 정년과 주된 일자리에서 물러나는 시점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5일 발표한 ‘2026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를 보면 55~79세가 생애 가장 오래 다닌 일자리를 그만둔 평균 연령은 53.0세였다. 남성은 55.3세, 여성은 51.1세였다.

퇴직 이유를 보면 사업 부진·조업 중단·휴업·폐업이 24.9%로 가장 많았다. 건강 악화가 22.1%, 가족 돌봄이 15.2%로 뒤를 이었다. 정년퇴직을 이유로 주된 일자리를 떠난 사람은 13.2%에 그쳤다.

평균 퇴직 연령도 좀처럼 늦춰지지 않고 있다. 2018년 52.5세에서 2026년 53.0세로 8년 동안 0.5세 높아지는 데 그쳤다. 법정 정년인 60세와 실제 퇴직 연령 사이의 격차가 7년 안팎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정년 연장보다 임금·직무 조정해 재고용”

퇴직 후 재고용에 대한 선호는 연령이 높을수록 강했다. 20·30대에서는 60% 초반이었지만 40대 67.6%, 50대 67.8%, 60대 76.2%, 70대 77.5%로 높아졌다.

고용 연장을 둘러싼 노동계와 경영계의 입장은 엇갈리고 있다. 노동계는 법정 정년을 일괄적으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경영계는 정년 연장과 퇴직 후 재고용 등 계속고용 방식을 기업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와 노사가 참여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도 계속고용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정년 연장에 따른 세대 간 일자리 경쟁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조사 응답자의 75.4%는 정년 연장으로 고령자 고용이 늘어나면 청년 고용이 줄어들 위험이 있다고 답했다.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으로 일자리가 줄어들 세대로 청년층을 꼽은 응답도 51.5%였다.

반대로 청년 고용이 줄어들 위험이 없다고 본 응답자들은 직무를 재설계해 세대별 역할을 나누는 방안과 청년층이 기피하는 일자리를 고령층이 보충하는 방안 등을 이유로 들었다.

고령층 10명 중 7명 “계속 일하고 싶다”

고령층의 계속근로 수요도 커지고 있다. 지난 5월 기준 55~79세 고령층 인구는 1701만7000명, 취업자는 1012만5000명으로 나타났다. 고령층 취업자가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1000만명을 넘어선 것이다.

장래에 일하기를 원하는 고령층은 69.2%인 1178만2000명에 달했다. 이들이 희망하는 근로 연령은 평균 73.6세였다. 계속 일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생활비 마련으로 53.4%를 차지했다.

고령층의 소득 여건도 녹록지 않다. 지난 1년간 연금을 받은 55~79세는 52.7%인 896만9000명이었으며, 월평균 연금 수령액은 88만원이었다. 남성은 113만원, 여성은 61만원으로 조사됐다.

실제 퇴직 시점과 연금 수급 시점 사이에 상당한 소득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재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출생연도에 따라 단계적으로 늦춰지고 있으며, 1969년생부터는 65세가 적용된다. 53세에 주된 일자리를 떠난 사람이라면 국민연금을 받기까지 약 12년을 다른 소득으로 버텨야 하는 셈이다.

“노인 연령·정년·연금 함께 손봐야”

노인 연령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조사에서 적정한 노인 연령으로 만 70세를 꼽은 응답이 68.2%로 가장 많았다.

다만 노인 연령 기준을 높이면 퇴직 후 연금을 받기 전까지의 소득 공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노인복지법상 경로우대와 기초연금 지급 기준은 만 65세다. 기초연금은 만 65세 이상 가운데 소득인정액이 하위 70%에 해당하는 사람에게 지급되며, 올해 기준연금액은 월 34만9700원이다.

김윤정 한국법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대수명과 인구구조가 달라진 만큼 65세를 노인으로 보는 획일적인 기준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동시에 노인 연령을 조정할 경우 새로운 복지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고용 연장과 소득 보장 대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정년을 단순히 연장하는 것만으로는 고령층 고용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본다. 일본처럼 정년 연장과 정년 폐지, 퇴직 후 재고용 등 여러 방식을 활용해 고령자의 계속고용 기회를 넓히고, 직무와 임금을 함께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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