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285130) 자회사인 SK멀티유틸리티(SKMU) 대표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됐지만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은 덤프트럭 운전자의 이례적인 오조작까지 경영 책임자가 사전에 예견해 안전조치를 마련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이번 판결은 중대재해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경영 책임자에게 곧바로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고 사고의 예견 가능성과 안전보건 확보 의무 위반, 사망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가 구체적으로 인정돼야 한다는 기존 대법원 판단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안전보건 확보 의무 위반과 사망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가 명확히 인정되는 경우에는 실형이 확정됐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이달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산업재해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김 모 SKMU 대표와 하청 업체 대표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울산 남구 SKMU 석탄 하역장에서는 2022년 12월 협력 업체 근로자 B(60대) 씨가 석탄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덤프트럭 운전자 C 씨가 적재함 뒷문을 열지 않은 채 적재함을 들어 올리면서 이를 지탱하던 유압실린더가 꺾여 사고가 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1·2심은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C 씨의 오조작이고 경영 책임자나 안전보건관리책임자가 이 같은 방식으로 적재함이 넘어지는 사고까지 예상하기는 어려웠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는 사업장 내에서 통상적으로 예견되는 유해·위험 요인을 파악하고 대응 체계를 마련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지 위험성 평가 과정에서 도출되지 않은 위험 요인까지 사전에 대비할 것을 요구하는 취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법원 역시 원심 판단에 법리 오해가 없다며 무죄를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업무상과실치사죄,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 오해, 판단 유탈 등의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반면 C 씨는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C 씨가 소속된 운송회사 대표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SKMU 법인도 이번 사망 사고와 별도로 일부 작업장에 안전 난간을 제대로 설치하지 않은 혐의로 벌금 500만 원을 확정받았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대법원은 사고 예견 가능성과 경영 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 위반 여부를 면밀히 따져 판단을 내려왔다. 의무 위반과 사망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가 명확히 인정되는 경우에는 실형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2023년 중처법 위반 사건에 대한 첫 판단에서 한국제강 대표에게 징역 1년을 확정했다. 지난해 9월 하청업체 직원 사망 사고와 관련해 삼강에스앤씨 전 대표이사에게 징역 2년이 확정됐다. 안전조치를 다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올해 3월에는 법 적용 여부를 판단할 때 사고가 난 개별 사업장 뿐만 아니라 본사를 포함한 전체 기업 조직의 근로자 수를 합산해야 한다며 전 일광폴리머 대표 D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도 확정했다.
반면 근로자의 이례적인 행동이나 법 적용 대상 여부가 쟁점이 된 사건에서는 무죄를 확정했다. 6월 평화오일씰공업 사건에서는 원청 대표에게 무죄를 확정했다. 근로자의 임의적인 도구 사용으로 발생한 이례적인 사고는 예견할 수 없어 의무 위반과 사망 결과 간의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이다. 같은 달 지디종합건설 대표 역시 무죄가 확정됐다. 지디종합건설이 공사금액이 50억 원 미만인 사업체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유예되는 대상이라는 판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