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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증시 KORU보다 2.7배 더 거래…역외 무기한선물 이달 33조

29.08.2026 1분 읽기

미국 증시에 상장된 코루(KORU) 상장지수펀드(ETF)의 가격을 추종하는 역외 무기한선물 거래대금이 이달 기초 ETF 거래대금의 2.69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테이블코인을 증거금으로 한국 자산을 24시간 거래하는 별도 시장이 형성되면서 가상자산 거래망에서 출발한 온체인 금융이 전통 자본시장으로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한국 자산의 유동성과 가격 신호가 국내와 다른 경로에서 형성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29일 서울경제신문이 웹3 리서치 업체 타이거리서치에 의뢰해 바이낸스·OKX·바이비트 등 가상화폐 거래소와 탈중앙화거래소(DEX) 하이퍼리퀴드 등 12곳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달 1~24일 ‘코루(KORU)’ 무기한선물 거래대금은 240억 6000만 달러(약 33조 원)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미국 증시에 상장된 KORU ETF 거래대금 89억 5000만 달러의 2.69배다. KORU는 MSCI Korea 25/50 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다.

두 시장의 거래 규모가 뒤바뀐 것은 불과 두 달 사이다. 6월 KORU 무기한선물 거래대금은 약 19억 달러로 기초 ETF 거래대금(약 209억 달러)의 9% 수준이었다. 7월에는 무기한선물이 339억 7000만 달러, ETF가 176억 2000만 달러로 파생상품 거래가 기초상품의 1.93배로 불어났다. 이어 8월 들어 격차가 2.69배까지 확대됐다. 실제 ETF를 사고파는 미국 증시와 별개로 KORU의 가격 변동을 거래하는 시장에 더 많은 유동성이 형성된 셈이다.

대상을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으로 넓히면 시장 규모는 더 커진다. 12개 역외 거래소에서 올 2월부터 이달까지 거래된 한국 자산 기반 무기한선물의 명목 거래액은 약 307조 원에 달했다. 7월 한 달 거래대금만 166조 원으로 같은 달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의 전체 거래대금 42조 원보다 약 4배 많았다. 다만 307조 원은 글로벌 투자자가 사고판 계약의 명목액을 합산한 것으로 국내 투자자의 해외 거래액이나 실제 유입 자금을 뜻하지는 않는다. 레버리지를 활용한 반복 매매도 모두 포함돼 있다.

무기한선물은 일반 선물과 달리 만기가 없다. 투자를 이어가기 위해 만기가 더 늦은 계약으로 갈아타는 ‘롤오버(Roll-over)’가 필요하지 않다. 대신 매수·매도 투자자가 통상 1~8시간마다 펀딩비를 주고받아 선물가격이 현물가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한다. 거래소가 주식이나 ETF를 직접 보유하지 않아도 가격 정보만 연동하면 해당 자산의 등락을 주말을 포함해 24시간 거래할 수 있는 구조다.

진입 비용도 낮다. 바이낸스에서 KORU 무기한선물의 최소 거래금액은 5 USDT다. 5배 레버리지를 적용하면 약 1 USDT의 최초 증거금으로 포지션을 설정할 수 있다. KORU 자체가 지수의 일간 수익률을 3배 추종하는 상품인 데다 무기한선물의 레버리지까지 더해지면 손익 변동은 더욱 커진다. 거래 수수료와 펀딩비가 발생하고 가격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면 적은 변동에도 강제청산될 수 있다.

조윤성 타이거리서치 선임연구원은 “중요한 것은 24시간 거래와 스테이블코인 결제를 기반으로 기존 금융자산을 거래하는 별도의 인프라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이라며 “한국 자산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어느 시장에서 거래와 가격 신호로 축적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거래대금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대규모 주문을 소화할 수 있는 유동성도 빠르게 쌓이고 있다. SK하이닉스 무기한선물 거래대금은 같은 기간 국내 현물 거래대금과 비교해 6월 5%, 7월 31%로 높아졌고 8월 들어 보고서 집계일까지는 46%에 달했다. 자료 산출 시점 직전 15일 평균 바이낸스와 하이퍼리퀴드에서 100만 달러 규모를 거래할 때 발생한 슬리피지는 7.03~11.94bp였다. 주문 당시 가격과 실제 평균 체결가격의 차이가 약 0.07~0.12%였다는 뜻이다. 대규모 주문도 주문 당시 가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수준으로 체결될 정도로 유동성이 쌓였다는 분석이다.

역외시장의 주문 처리 능력이 높아질수록 가격이 국내로 전달되는 경로도 달라질 수 있다. 국내 증시가 쉬는 밤과 주말에 실적이나 정책 변화 같은 정보가 역외 파생가격에 먼저 반영되고 국내 장이 열린 뒤 시장조성자의 헤지와 차익거래가 뒤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조 선임연구원은 “파생시장에서 거래가 늘거나 가격이 급변하면 시장조성자의 헤지 수요가 달라지고 그 매매가 현물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파생상품이 기초자산 가격을 움직이는 ‘웩더독(Wag the Dog)’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거래에 활용되는 담보와 참여자의 성격도 달라지고 있다. 블랙록의 비들(BUIDL)과 해시노트의 유에스와이씨(USYC) 같은 미국 국채 기반 토큰화 상품은 바이낸스와 데리빗 등에서 담보로 활용되고 있다. USYC가 최근 1년간 거래소로 전송된 금액은 누적 약 27억 5000만 달러다. 이 금액이 모두 파생상품 증거금으로 쓰인 것은 아니지만 기관이 익숙한 국채 기반 자산을 보유한 채 필요할 때 거래 담보로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지고 있다는 의미가 있다. 커스터디에 보관된 기관 자금이 헤지·차익거래·시장조성으로 이어지면서 온체인 금융의 범위도 개인의 코인 매매에서 자산 보관과 담보, 거래, 결제를 아우르는 기관금융으로 넓어지고 있다.

무기한선물이 다루는 자산도 상장 주식과 ETF에 머물지 않는다. 앤트로픽 같은 비상장 기업과 중국 반도체 기업 창신메모리(CXMT)는 증시 상장 전부터 역외 시장에서 거래 대상이 됐다. 기존 증권시장에서 투자하기 어려웠던 자산까지 가격 정보만으로 거래할 수 있게 되면서 가상화폐 거래소가 전통 금융상품의 새 거래 통로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역외에서 커진 무기한선물을 제도권 안으로 들이는 작업에 착수했다.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5월 29일 CFTC에 등록된 파생상품 거래소 칼시EX가 신청한 비트코인 무기한계약을 선물상품으로 승인했다. CFTC가 모든 자산의 무기한선물을 포괄적으로 허용한 것은 아니지만 규제 거래소에서 취급할 수 있는 첫 사례를 만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달 19일 CFTC가 무기한선물 시장을 미국으로 가져오고 하이퍼리퀴드가 합법적으로 영업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편입 방식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역외 시장을 제도권과 연결하려는 정책 방향은 분명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의 법인시장 개방은 당초 일정보다 늦어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2월 상장사와 전문투자자 등록법인 약 3500곳을 대상으로 투자·재무 목적의 가상자산 매매를 그해 하반기부터 시범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비영리법인 등이 보유한 가상자산을 현금화할 수 있도록 한 1단계는 지난해 6월 시행됐지만 2단계 매매 가이드라인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금융위가 올 6월 연내 추진 방침을 재확인했으나 구체적인 시행 시기는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계좌가 있어도 실제 거래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7월 말 국내 5대 가상화폐 거래소에 등록된 법인 계정은 6590개였지만 한 차례라도 매매나 입출금 등에 이용된 계정은 29개에 그쳤다. 토큰증권은 관련 법률이 올 1월 국회를 통과해 내년 2월 시행을 앞두고 있고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반면 무기한선물 등 온체인 파생상품을 어떤 요건 아래 제도권에서 다룰지에 관한 정부의 구체적인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현물·파생상품·담보·결제가 한 거래망에서 맞물리며 온체인 금융의 영역이 전통 자본시장으로까지 넓어지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법인과 금융회사의 시장 참여를 단계적으로 허용하고 파생상품을 제도권에서 다룰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파생상품·담보·결제를 하나의 온체인 금융 체계로 연결하는 논의가 진전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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