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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더·서클 양강 흔드나…美 은행, 달러코인에 뛰어든 이유는

29.08.2026 1분 읽기

테더와 서클이 양분해온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전통 금융의 거인들이 몰려들고 있다. 한때 예금 이탈을 우려해 견제에 급급했던 미국 은행권이 이제는 결제 주도권을 쥐기 위해 직접 달러 코인을 발행하고 독자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공세적 수성으로 방향을 틀었다.

29일 블록체인 업계에 따르면 미국 은행권이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시간)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웰스파고, 산탄데르 등 10여 개 금융사가 스테이블코인 공동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선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으로 시작해 향후 주요 7개국(G7) 통화로 확장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JP모건체이스도 자체 스테이블코인 발행 가능성을 검토했지만 현재 공식적인 발행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WSJ는 은행들의 이 같은 움직임을 기존 사업을 지키기 위한 ‘방어적 선택’으로 진단했다. 은행권은 그동안 고객 자금이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동하면 핵심 자금 조달원인 예금이 줄고 대출 여력도 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스테이블코인 대신 기존 예금을 블록체인상에서 구현한 예금토큰을 대안으로 내세운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은행권의 경계심은 올해 들어서도 이어졌다. 1월 미국 중소은행·신용협동조합 단체들은 미 재무부 추산을 인용해 스테이블코인 보상이 확산될 경우 최대 6조 6000억 달러의 은행 예금이 이탈 위험에 놓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5월에는 미국은행협회(ABA)와 52개 주 은행협회가 미 통화감독청(OCC)에 스테이블코인 이자·보상 규제를 보다 명확히 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스테이블코인이 가상화폐 거래를 넘어 결제와 송금, 기업 자금관리 영역으로 빠르게 확산하면서 계산이 달라지는 모양새다. 비자와 블랙록은 물론 구글과 도어대시 같은 비금융 기업까지 가세하자 견제에만 머물 경우 고객과 결제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진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중소은행으로도 번지고 있다. 미국 39개 주 은행협회는 뱅크체인 얼라이언스를 출범하고 2027년 출시를 목표로 블록체인 네트워크 구축에 착수했다. 이들 협회가 대표하는 은행은 3283곳으로 총자산은 21조 8000억 달러에 이른다. 다만 개별 은행이 모두 얼라이언스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

뱅크체인 얼라이언스는 은행 업계가 공동 소유·운영하는 망을 통해 예금토큰,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스마트 컨트랙트 기반 자동 결제·정산을 구현한다는 구상이다. 지역사회 대출 기능을 지키면서도 결제 인프라를 직접 장악하겠다는 의도다.

은행권의 등판은 테더와 서클 등 기존 발행사뿐 아니라 이더리움·트론·솔라나 등 퍼블릭 메인넷 진영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가상화폐 데이터제공업체 디파이라마에 따르면 전날 기준 전체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 약 3040억 달러 가운데 이더리움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48.6%, 트론이 30.8%를 차지한다. 두 네트워크에 전체 스테이블코인의 약 80%가 몰려 있는 셈이다. 은행권 자체 네트워크가 커질 경우 결제 수요와 유동성이 여러 네트워크로 분산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를 단순 제로섬 게임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뱅크체인 얼라이언스 측은 다른 블록체인 네트워크와의 상호운용성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전통 금융망과 온체인 생태계가 연동된다면 막대한 제도권 유동성이 온체인 금융으로 흘러 드는 통로가 될 수 있다. 국제결제은행(BIS) 역시 네트워크 난립에 따른 유동성 파편화를 경고하며 상호운용성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춘추전국시대로 접어드는 모습이다. 테더와 서클이 주도하던 시장에 은행과 전통 금융회사·빅테크가 가세했고 경쟁 무대도 코인 발행에서 블록체인 인프라로 넓어지고 있다. 향후 시장 경쟁력은 단순 발행 규모를 넘어 얼마나 많은 유동성을 확보하고 서로 다른 네트워크와 원활하게 연결되느냐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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