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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설계하는 ‘국가대표 바이오 AI’ 나왔다…구글급 성능에 속도 25배

28.08.2026 1분 읽기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폴드3(AlphaFold3)’에 맞설 국산 바이오 인공지능(AI) 모델을 개발했다. 단백질과 약물이 결합하면서 일어나는 구조 변화를 예측해 신약 후보물질 탐색을 돕는 AI다. 이번 모델은 정부가 범용 거대언어모델(LLM)을 넘어 바이오·의과학 등 전문 분야에서도 독자 AI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추진하는 ‘AI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의 성과로, 해외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제약·바이오 연구의 AI 활용 기반을 넓힐 것으로 기대된다.

KAIST는 2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AI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를 통해 차세대 바이오 AI 모델 ‘K-Fold(케이폴드)’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김우연 KAIST 화학과 교수가 총괄하고 황성주·안성수 김재철AI대학원 교수 연구팀이 AI 모델 개발을, 오병하·김호민·이규리 생명과학과 교수 연구팀이 단백질 데이터 구축과 검증을 맡아 진행됐다. KAIST 교원창업기업 히츠는 연구자가 K-Fold를 실제 사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 개발을 담당했다.

속도 25배 높인 한국형 알파폴드

K-Fold는 단백질의 3차원 구조뿐 아니라 단백질과 약물 후보물질이 결합했을 때 어떤 구조를 형성하는지 예측한다. 신약 개발 과정에서 수많은 후보물질을 일일이 실험하기에 앞서 어떤 물질이 특정 단백질에 잘 결합할 가능성이 높은지 AI를 이용해 추려낼 수 있는 것이다. 단백질과 단백질, 항체와 항원, DNA·RNA 등 다양한 생체분자가 결합했을 때 만들어지는 복합체 구조도 예측할 수 있다.

지난 3월 정부 과제 단계평가에서 K-Fold의 분자 복합체 구조 예측 정확도는 알파폴드3에 근접한 수준으로 평가됐다. 연구팀이 이달 자체 실시한 성능평가에서는 일부 평가 항목에서 글로벌 모델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표적단백질분해(TPD) 약물과 G-단백질 연결 수용체(GPCR), 인산화효소(Kinase) 등 구조 변화 예측이 어려운 신약 표적에서 높은 성능을 보였다.

예측 속도도 끌어올렸다. 기존 구조 예측 AI는 비슷한 단백질의 방대한 서열 정보를 검색하고 비교하는 다중서열정렬(MSA) 과정을 거쳐야 한다. K-Fold는 대규모 사전학습을 통해 이 과정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단백질이 다른 물질과 결합하면서 일어나는 구조 변화를 생성형 AI로 학습하는 독자적인 방식을 택했다. 이에 따라 구조 예측에 필요한 사전 계산 단계를 없애 기존 모델 대비 구조 예측 속도를 최대 25배 높였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공개 플랫폼 연결해 연구자 누구나 AI 과학자와 협업

연구진은 K-Fold를 실제 신약 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도 연결했다. 히츠의 AI 플랫폼 ‘하이퍼랩(HyperLab)’에 K-Fold를 탑재해 연구자가 “이 단백질에 강하게 결합하는 항체를 설계해줘”라고 자연어로 입력하면 AI가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고 결합 가능성이 높은 후보를 설계한 뒤 결과를 평가하는 과정을 단계적으로 수행하도록 했다.

하이퍼랩에는 구조 예측과 약물 설계, 생명과학 데이터 분석 등에 활용할 수 있는 120여 개 계산 도구와 160여 개 전문 기능, 100여 개 전문 데이터베이스와 지식그래프가 연결돼 있다. 연구자의 질문을 이해하고 필요한 도구를 골라 구조를 예측한 뒤 결과 분석과 설계 개선까지 이어가는 ‘AI 공동연구자(Co-Scientist)’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K-Fold는 7B급 메인 모델과 2B급 경량 모델로 구성되며 아파치 2.0 라이선스로 오픈소스 공개될 예정이다. 연구진은 국내 대학과 연구기관뿐 아니라 제약·바이오 기업이 K-Fold를 활용해 자체 연구와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한국바이오협회도 기업 실무자를 대상으로 K-Fold 활용법과 신약 설계 적용 사례를 교육하는 등 산업 현장 확산에 나선다.

범용 AI 넘어 바이오도 ‘기술 주권’

K-Fold 개발은 정부가 AI 기술주권 확보의 범위를 범용 AI에서 바이오·의과학 등 전문 분야로 넓히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과기정통부는 범용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과 별도로 ‘AI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범용 AI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전문 영역에서 독자적인 AI 모델을 확보하고 이를 국내 산업과 연구 현장에 확산시키겠다는 취지다.

바이오와 의과학은 첫 전략 분야다. 지난해 진행된 공모에는 총 18개 컨소시엄이 지원했으며 KAIST와 의료 AI 기업 루닛이 이끄는 두 컨소시엄이 최종 선정됐다. KAIST는 단백질 복합체 구조 예측과 신약 설계를 위한 바이오 AI를, 루닛은 분자·의약품부터 임상시험과 실제 의료 현장까지 연결하는 전주기 의과학 AI를 각각 개발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부터 두 컨소시엄에 각각 엔비디아 B200 GPU 256장을 지원했다.

연구진은 “바이오 분야에서 독자 AI를 확보하는 것은 단순히 국산 모델 하나를 추가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며 이번 성과의 의미를 설명했다. 현재 단백질 구조 예측 분야를 주도하는 알파폴드3 등 해외 모델은 이용 조건이나 상업적 활용에 제약이 있을 수 있다. AI가 신약 개발의 핵심 연구 도구로 자리 잡을수록 국내 연구기관과 제약·바이오 기업이 해외 모델과 서비스 정책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커진다. KAIST 연구진은 K-Fold 개발의 궁극적인 목표를 “해외 기술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독자 기술 기반의 소버린 바이오 AI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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