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7GW 규모로 추진되는 인천 앞바다 해상풍력 사업이 어민과 어민, 사업자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민·민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어구 이전비에서 배제된 소형 어민들이 손해배상 소송을 낸 데 이어 어민·시민단체와 민간 발전사까지 각각 별도 협의체를 꾸리면서 주도권 경쟁에 돌입했다. 이해관계를 조정할 단일 협상 창구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사업 전반의 주민 수용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6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 지역 어업인·주민단체와 시민사회단체 등은 이달 20일 인천YWCA에서 ‘인천 해상풍력 공존과 상생을 위한 범시민추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인천자망협회와 서해옹진영어조합, 인천수협 소래어촌계, 덕적자월어촌계협의회, 서해5도어업인연합회 등이 참여했다.
이번 추진위는 최근 민간 발전사를 상대로 소송을 낸 어민들과는 별개 조직이다. 현재 인천 해역에서는 오스테드 등 글로벌 개발사가 지반조사 과정에서 특정 단체에 100억~150억 원 규모 어구 이전비를 지급하자, 실태조사에서 배제된 5톤 미만 소형자망 어선 66척의 어민들이 민간 사업자를 상대로 5억 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낸 상태다. 보상 대상과 기준을 둘러싼 어민 간 갈등이 법정 다툼으로 번진 것이다.
범시민추진위에는 과거 이전비를 받은 단체도 일부 포함됐다. 지역 어업계는 이번 출범이 향후 협상에서 발언권과 협상력을 높이려는 성격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추진위 측은 행정기관이 어장 보호와 안전항로 확보, 입지 조정에 손을 놓아 갈등을 키웠다며 시에 공식 대화 창구 마련을 요구할 방침이다.
민간 발전사들도 3일 ‘인천 해상풍력 사업자 연합회’를 결성했다.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사업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결성식을 주도했으며, C&I레저산업·오스테드·오션윈즈·한화오션 등 4GW 규모 사업자가 참여했다. 사업자 간 현안 공유와 지역사회 소통 체계 구축을 내세웠지만, 결과적으로 어민·시민사회와는 별도의 협상 테이블이 추가된 셈이다.
이에 따라 인천 해상풍력을 둘러싼 이해관계는 보상에서 배제됐다고 주장하는 소형자망 어민과 범시민추진위, 사업자 연합회, 기존 민관협의회 등으로 나뉘었다. 인천시가 만든 민관협의회도 옹진군과 일부 현장 어민들이 대표성 문제를 제기하며 불참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누구를 대표로 인정하고 어떤 기준으로 보상과 이익을 나눌지를 놓고 합의할 창구가 없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천시는 공공이 사업 설계와 주민 협의를 주도하는 해상풍력 모델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3월 옹진 해역 1GW 규모 ‘공공주도 해상풍력 집적화단지(IC1·총사업비 9조6000억 원)’를 지정받아 인천도시공사·한국중부발전 등과 발전사업 허가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이익공유 모델도 검토한다. 주민이 발전사업에 참여해 수익을 배당받는 전남 신안군의 ‘햇빛·바람 연금’과 어민을 보상 대상이 아닌 사업 파트너로 참여시키는 일본 기타큐슈 사례 등을 참고해 인천형 모델을 마련할 방침이다.
시는 2038년까지 공공 2GW와 민간 5GW 등 총 7GW 규모의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연간 450만~500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첨단산업 육성과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전력 확보와도 맞물려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민관협의체 2기 재구성과 이익공유 조례 연구용역을 추진하고 전담 인력도 보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은 “공공 기준 부재로 소송과 임의단체 난립이 이어지고 있다”며 “투명한 이익공유 기준과 거버넌스를 마련해 민간 사업에도 적용할 표준 모델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