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27일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로 올린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여러 차례 ‘선제적’ ‘조기 대응’이라는 표현을 꺼내 들었다. 금리를 시장 예상보다 빠르게 올려야 물가 오름세 확산을 차단하고 집값과 가계부채·환율 안정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년 우리나라 성장률을 2.9%까지 올리고 금리 인상의 주요 준거가 되는 근원물가 인상률을 2.5%로 제시한 점도 통화 긴축을 선호하는 매파적 조치로 해석할 수 있었다.
신 총재는 금리 인상과 관련해 “선제적 대응은 기대인플레이션을 조속히 안정시켜 긴축의 강도와 기간을 줄이고 궁극적으로 성장의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 대다수의 연구 결과”라고 했다. 이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이 있다”며 “뒤늦은 대응을 했을 때 그만큼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의미로, 저희는 이번에 호미로 정책을 펴기로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월 3%대로 반등이 유력하고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강북 등 중위권 이하 지역을 중심으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넷째 주(24일 기준)에 서울 아파트 매매값은 전주 대비 0.29% 올랐다. 직전 주보다 상승 폭이 0.07%포인트 확대됐다. 포괄적 가계부채도 올 2분기 기준 사상 처음으로 2000조 원을 넘어섰다. 신 총재는 “금리 인상을 통한 선제 대응이 물가·환율뿐 아니라 수도권 주택 가격 상승세와 가계부채 증가세를 완화해 금융 안정에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금리 3% 전격 인상! 한은 총재가 밝힌 진짜 이유는?
이날 한은이 발표한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도 금리 인상에 영향을 줬다. 한은은 올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3.3%로 제시해 올해 5월 대비 석 달 만에 0.7%포인트 높였다. 이는 2021년 5월 3%에서 4%로 1%포인트 올린 이래 5년 만에 가장 큰 폭이다. 반도체 중심의 경기 호조세가 내년까지 강하게 이어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한은의 이례적인 2회 연속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일단은 안도해도 좋을 것 같다”는 평가가 더 힘을 얻고 있다. 한은이 2회 연속 금리 인상의 효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사실상 당분간 속도 조절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8월 금융통화위원회에 대해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금리 결정, 비둘기적(통화 완화 선호) 향후 경로’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신 총재 역시 “이번에 두 번 인상했기 때문에 환율, 수입물가, 물가 상승세가 안정될지 봐야 한다”며 사실상 다음 예정된 10월 금통위에서 금리 인상은 이뤄지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금통위도 이날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는 문구를 삭제해 속도 조절론에 더욱 무게가 실린다.
금통위원들도 추가 금리 인상 시기를 내년으로 유력하게 보고 있다. 이날 공개된 금통위원들의 6개월 후 기준금리 전망 점도표에 따르면 전체 21개의 점 중에 3.25%에 10개, 3.5%에 6개, 3%에 5개가 분포했다. 내년 2월까지 한 차례 금리 인상을 전망하는 금통위원 비중이 높은 것이다. 석 달 전 점도표와 비교하면 중간값이 3%에서 3.25%로 높아졌지만 성장 전망 상향을 고려하면 ‘비둘기’에 가깝다는 평가가 시장에서 나온다.
신 총재는 점도표 중간값이 연 3.25%로 모인 것과 관련해 “앞으로 네 번의 회의에서 지금보다 한 번 정도 더 금리를 올리겠다는 의미”라며 “향후 완만한 금리 인상을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비둘기적인 금리 경로 전망에 전문가들은 최근 급등했던 채권금리가 정점을 찍고 하향 안정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8월 금통위 이후 시장금리 정점 확인 가능성이 커졌다”며 “국고채 3년물 3.8%, 10년물 4.2%를 적정 수준으로 제시한다”고 말했다.
다만 섣부른 채권 매수 확대는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준우 하나증권 연구원은 “인상 속도 조절 기대로 국채금리가 하락할 수는 있으나 경기 확장 국면 초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추가 매수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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