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가 달러 스테이블코인 활성화와 장기국채 금리 안정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는 소식에 비트코인(BTC) 가격이 3개월여 만에 8만 달러를 돌파했다. 클래리티법 통과에 대한 기대감과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 기관 자금이 다시 유입되고 있다는 점도 상승세에 힘을 보탰다.
25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8만 달러를 넘어선 비트코인은 8만 500~8만 1000달러 안팎을 오르내렸다. 비트코인 가격이 8만 달러를 넘어선 것은 올 5월 15일 이후 처음이다. 6월 말~7월 초 한때 5만 8000달러대로 떨어졌던 비트코인은 저점 대비 약 38% 반등했다. 이달 들어서는 약 28% 올랐다.
상승세의 주요 원인은 미국 재무부였다. 앞서 미 재무부는 장기국채 재매입 규모를 2배 늘린다고 밝혔다. 여기에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의 큰 그림이 시장에 공개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현지 시간) 미 재무부가 추진하는 장기국채 재매입과 가상화폐 규제 완화가 같은 경제적 목표 아래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정부는 연 5.2~5.3%대인 30년물 장기국채 금리를 낮추기 위해 단기국채 발행을 늘리고 여기에서 얻은 자금을 바탕으로 장기국채를 사들여 시장을 안정시킨다는 방침이다. 이를 두고 베선트 장관은 미 경제방송 CNBC에 “재무부 트위스트(Treasury Twist)”라고 했다. 중앙은행인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단기국채를 팔고 장기국채를 사들이는 것을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peration Twist)’라고 하는데 이를 정부가 한다는 측면에서 재무부 트위스트라고 한 것이다.
문제는 단기국채 수요인데 달러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늘어나면 자연스레 준비자산으로 단기국채 수요가 급증할 수 있다. WSJ는 “베선트가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4조 달러까지 커질 수 있다고 한 바 있다”며 단기 수요를 떠받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조치가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화폐 전반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재매입 확대 발표 이후 달러화도 약세를 보였다.
기관투자가의 매수세도 비트코인 가격을 밀어 올리고 있다. 가상화폐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미국에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에는 지난주 약 19억 달러가 순유입됐다.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큰 주간 순유입 규모다.
일각에서는 이번 상승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예측이 있다. 세계에서 비트코인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기업인 스트래티지가 비트코인을 추가로 사들이지 않았는데도 가격이 올랐다는 점에 주목하는 이들도 있다. 펀드스트랫은 이날 “지난주 비트코인이 쇼트스퀴즈(빌려서 팔았던 자산을 다시 사들이는 것) 이후에도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가격이 상승했다”며 “단기적인 반등으로 끝나지 않고 좀 더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정책 방향이 실제 제도 변화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현재 상황이 지난해 3월 미국의 전략적 비트코인 비축 발표 당시와 닮았다는 분석이 있다. 당시에도 관련 발표가 호재로 받아들여지며 가격이 올랐지만 구체적 내용이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자 비트코인 가격이 떨어졌다. 윤승식 타이거리서치 이사는 “미국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만큼 친(親)가상화폐 기조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거시경제에 큰 변수가 없다면 비트코인 상승세가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재무부 트위스트=미국 정부가 단기국채 발행을 늘려 이 자금으로 장기국채를 매수해 금리를 안정화시키는 것. 연준이 수행하는 같은 형태의 ‘오퍼레이션 트위스트’에 빗댄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