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위 가상화폐거래소 빗썸의 시장점유율이 20% 아래로 떨어졌다. 지금까지 빗썸은 드물게 점유율이 10%대를 기록해왔지만 미래에셋증권의 화력을 등에 업은 디지털X가 무료 수수료 정책을 내세우면서 공격적으로 나오고 있어 향후 거래소 판도가 바뀔지 주목된다.
25일 가상화폐 정보 업체 코인게코 데이터에 따르면 국내 5개 원화 거래소 가운데 빗썸의 시장점유율은 전날 19.8%를 기록했다. 빗썸은 이달 3일 점유율이 19%로 주저앉은 적이 있는데 3주 만에 다시 20% 아래로 내려온 것이다. 반면 1위 거래소 업비트는 전날 점유율이 77.8%로 빗썸과의 격차를 4배 가까이 벌렸다. 코인원은 2.1%, 디지털X는 0.18%, 고팍스는 0.03%로 집계됐다.
빗썸은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30%대 점유율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하락세가 뚜렷하다. 빗썸의 주간 평균 점유율은 6월 첫째 주 약 34%에서 지난주 29%로 5%포인트가량 하락했다. 같은 기간 업비트는 54%에서 68%로 14%포인트 상승하면서 양 사 간 격차가 확대됐다.
시장에서는 최근 가상화폐 거래량이 줄어들면서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한 업비트로 쏠린 데 따른 영향으로 보고 있다. 거래가 위축될수록 투자자들은 매수·매도 호가가 촘촘해 원하는 가격에 신속하게 거래할 수 있는 대형 거래소로 몰리는 경향이 있다. 거래량이 적은 거래소는 호가창이 얇아 주문 체결이 지연되거나 작은 주문에도 가격이 크게 움직일 수 있다.
문제는 디지털X다. 디지털X는 24일부터 모든 회원을 대상으로 거래 수수료 무료 정책을 발표했다. 일부 종목에 단기간 혜택을 제공하는 통상적인 이벤트와 달리 전 종목의 수수료를 1년간 면제하는 파격적인 조치다. 업비트와 빗썸의 고객을 끌어와 견고한 양강 구도를 깨려는 승부수다. 무료 수수료가 적용된 첫날인 24일 디지털X의 점유율은 전날보다 0.01%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디지털X를 찾는 고객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특히 미래에셋의 자본력과 고객 기반이 더해질 경우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릴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주요 거래소들은 디지털X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빗썸은 투자자 이탈을 막고 경쟁사 고객을 끌어오기 위한 방어전을 벌이고 있다. 현재 타 거래소나 증권사에서 월평균 10억 원 이상 거래한 고객이 실적을 인증하면 인증액의 최대 5배까지 수수료를 면제하고 최대 1000만 원의 투자지원금을 제공하고 있다. 업비트는 아직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지만 디지털X의 돌풍이 거세질 경우 맞불이 불가피하다는 예측이 많다.
특히 비트코인이 3개월 만에 8만 달러를 돌파하면서 투자심리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어 올 하반기가 향후 거래소의 판도를 바꿀 분기점이 될 수도 있다는 예상도 흘러나온다. 시장에 복귀하거나 새로 유입되는 투자자를 누가 선점하느냐에 따라 점유율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가상화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상승장이 국내 거래소 시장 재편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며 “수수료 무료를 앞세운 디지털X가 시장에 유입되는 투자자를 빨아들일지 여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한편 빗썸 측은 코인게코 기준 점유율과 실제 거래소 점유율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입장이다. 빗썸의 자체 집계에 따르면 24일 점유율은 31.5%를 기록했다. 빗썸 관계자는 “자체 집계 기준으로 빗썸의 8월 원화마켓 점유율은 20%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