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와 미국 게펜레코드가 손잡고 탄생시킨 글로벌 걸그룹 캣츠아이(KATSEYE)가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차트 정상에 올랐다. K팝 아티스트를 해외에 진출시키는 기존 방식을 넘어 K팝의 제작·육성 시스템을 현지에 이식한 팀이라는 점에서 ‘K팝 세계화’의 새로운 사례라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빌보드가 23일(현지 시간) 공개한 최신 차트 예고에 따르면 캣츠아이의 세 번째 EP ‘와일드’(WILD)는 ‘빌보드 200’ 1위로 진입했다. 지난 14일 발매된 ‘와일드’는 집계 기간 미국에서 17만 장의 앨범 유닛을 기록했다. 순수 음반 판매량은 14만5000장, 스트리밍 환산 판매량(SEA)은 2만4500장, 트랙 환산 판매량(TEA)은 약 500장이다. 특히 ‘빌보드 200’이 앨범 환산 판매량 기준으로 전환된 2015년 12월 이후 여성 그룹 가운데 가장 높은 주간 성적이다.
캣츠아이는 2024년 데뷔 이후 ‘날리’와 ‘가브리엘라’를 비롯해 ‘인터넷 걸’(Internet Girl), ‘핑키 업’(PINKY UP), ‘애니멀’(Animal) 등을 빌보드 ‘핫 100’에 진입시키며 성장세를 이어왔다. 두 번째 EP ‘뷰티풀 카오스’(BEAUTIFUL CHAOS)도 ‘빌보드 200’ 최고 기록 4위를 달성했다. ‘와일드’는 영국 오피셜 앨범 차트 2위, 네덜란드·벨기에 1위 등 유럽 주요 시장에서도 강세를 보였다.
이번 성과 뒤에는 방시혁 의장이 강조해온 ‘K팝 방법론’과 하이브의 ‘멀티 홈, 멀티 장르’ 전략이 있다는 평가다. 현지에서 멤버를 발굴하고 K팝의 트레이닝과 음악·퍼포먼스 제작, 콘텐츠, 팬 커뮤니케이션 노하우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캣츠아이는 전 세계 12만 명이 지원한 ‘더 데뷔: 드림 아카데미’(The Debut: Dream Academy)를 통해 결성됐으며 필리핀, 미국, 한국, 스위스 등 다양한 국적의 멤버로 구성됐다.
한국식 아이돌을 그대로 미국에 옮겨놓은 것이 아니라 현지 정서와 멤버들의 문화적 배경을 결합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이규탁 조지메이슨대학교 한국캠퍼스 교수는 이를 ‘메이드 인 코리아’가 아닌 ‘메이드 바이 코리아’라고 분석했다. K팝 시스템으로 만들어졌지만 다양한 국적·인종의 멤버들이 미국 걸그룹의 방식으로 활동한다는 점에서 기존 K팝 수출 모델과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캣츠아이의 과감한 콘셉트와 퍼포먼스를 두고 “스파이스 걸스, 데스티니스 차일드, 푸시캣 돌스 이후 한동안 끊긴 미국 댄스 팝 걸그룹의 계보를 이으려는 노력을 보이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캣츠아이는 음악을 넘어 갭의 ‘베터 인 데님’(Better in Denim) 캠페인, 코첼라와 롤라팔루자 등 대형 페스티벌, 미국 NBC ‘더 투나잇 쇼 스타링 지미 팰런’과 ‘투데이 쇼’ 등에 출연하며 현지 대중문화 전반으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오는 9월 1일 아일랜드 더블린을 시작으로 유럽과 북미를 아우르는 ‘더 와일드월드 투어’(THE WILDWORLD TOUR)에도 나선다.
K팝이 한국 아티스트의 해외 진출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제작 방법론’으로 확장되는 가운데 캣츠아이의 ‘빌보드 200’ 정상 등극이 K팝의 외연을 더욱 넓히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