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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보다 싸고 한 개도 살 수 있어요”…골목 청과점의 재발견

24.08.2026 1분 읽기

골목 청과점이 소비자들의 주요 오프라인 장보기 채널로 부상하고 있다. 가깝고 저렴한 데다 낱개 구매까지 가능하다는 강점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누적되는 고물가 추세와 맞물려 소비자 수요를 끌어내고 있다. 동네 과일가게와 야채가게는 대형마트나 기업형슈퍼마켓 등 오프라인 유통산업이 몸집을 불리는 동안 비주류로 취급돼 왔지만, 다른 오프라인 유통채널을 능가하는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23일 국세청에 따르면 전국 과일·채소가게 사업자는 2017년 2만 1961곳에서 올해 6월 3만 451곳으로 8490곳(38.7%) 불어났다. 업종별로는 과일가게가 1만 1293곳에서 1만 3995곳으로, 채소가게가 1만 668곳에서 1만 6456곳으로 각각 늘었다. 지난해 6월 말(2만 9324곳)과 견줘도 1년 새 3.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 점포가 423개에서 335개로 88개(20.8%) 사라진 것과 반대 흐름이다.

다른 생활 밀착 업종과 비교해도 증가세가 가파르다. 국세청이 분류하는 100대 생활업종 사업자는 올해 6월 313만 2998개로 1년 전보다 1.2% 느는 데 그친 반면 청과점 증가율은 같은 기간 3.8%를 기록했다.

경쟁력의 핵심은 가격이다. 서울 은평구의 한 대형마트와 걸어서 닿는 거리의 청과점을 유사 용량 기준으로 비교한 결과 양상추 한 통 값은 각각 3990원과 2500원이었다. 팽이버섯 세 묶음은 2490원과 1000원으로 2배 넘게 벌어졌고, 상추 약 200g은 3990원과 2000원, 단호박 한 통은 1992원과 1000원으로 사실상 절반 값이었다.

원하는 만큼만 집어 들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인근 거주자인 김 모 씨는 “마트에서 골드키위를 개당 990원꼴에 할인할 때가 있지만 청과점은 상시 1000원인 데다 한 개만 사는 것도 된다”고 말했다.

값 차이는 청과점 특유의 매입 시스템과 저렴한 비용 구조 때문이다. 청과점은 가락시장이나 안양청과물도매시장 등에서 그날그날 경매로 확보한 물량을 전문 벤더를 통해 받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는 품질관리센터를 거쳐 전국 어느 점포에서나 중상(中上) 수준의 균일한 품질을 맞춰야 하지만 청과점은 중·중하 등급까지 적정가에 벌크로 받아 팔 수 있어 매입 단가 자체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포장재와 매장 관리에 들어가는 비용이 적다는 점도 가격을 끌어내린다.

먹거리 물가가 뛰면서 이런 강점은 한층 부각됐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농축수산물 소비자물가지수는 2020년을 100으로 놓았을 때 올해 126.01까지 올랐다. 7월 들어 124.25로 다소 진정됐지만 여전히 2020년보다 24.3% 높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16.6%)과 비교하면 오름세가 훨씬 가팔랐다.

‘근거리 장보기’ 수요가 자리 잡은 것도 배경으로 꼽힌다. 청과점은 버스정류장과 지하철역 인근, 아파트 단지 상가 등 동선이 짧은 자리에 잇따라 들어서며 동네 수요를 빨아들이고 있다. 개점 시 최소 면적 제한이 없어 편의점이나 기업형슈퍼마켓(SSM) 대비 초기 투자 부담이 가볍다는 점도 확산 속도를 높였다. 실제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SSM 점포는 2018년 1229개에서 올해 상반기 1195개로 줄었다. 최근 3년간 반등하긴 했지만 통계가 처음 공개된 8년 전 수준을 아직 회복하지 못했다. 편의점 4사 점포도 2023년 5만 4893개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5만 3266개로 뒷걸음질했다. 2018년 이후 35% 넘게 늘어난 청과점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다만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조정 국면이 시작됐다. 서울 채소가게는 6월 기준 1824곳으로 1년 전보다 1.7% 감소했다. 점포 밀도가 높은 곳에서 먼저 정리가 나타난 것으로, 공급이 수요를 앞지르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와 SSM도 초저가 행사를 늘리며 집객에 나서고 있다”며 “저가 수요를 잡는 것이 관건인 만큼 동네 장보기 상권을 둘러싼 경쟁은 더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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