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이후 원화 가치가 주요국 통화 가운데 가장 큰 절상폭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수출 호조 속에 달러 공급이 늘어난 가운데 법인세·국내 투자 등 원화 자금 수요가 겹치자 기업들이 달러 매도에 나선 덕분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전망까지 더해지며 원화 강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4.1원 내린 1382.4원에 마감했다. 장중에는 1376.50원까지 떨어지며 연저점을 경신했다. 지난해 9월 17일 장중 저점인 1375.70원 이후 약 11개월 만의 최저치다. 원달러 환율은 19일 이후 4거래일 연속 장중 연저점을 새로 썼다.
원화의 강세 폭은 주요 통화와 비교해도 단연 두드러진다. 한은 통계에 따르면 7월 1일부터 8월 21일까지 원화는 달러 대비 11.90% 절상돼 조사 대상 통화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2위 노르웨이 크로네는 6.03% 절상됐고 영국 파운드는 2.87%, 유로는 2.32%, 일본 엔은 2.31%에 그쳤다. 원화 절상폭이 엔화의 5배를 웃돈다. 글로벌 달러 약세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원화만의 강세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같은 배경에는 반도체 수출 호조에 따른 경상수지 흑자와 기업들의 달러 매도가 있다.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가 1910억 달러에 달한 가운데 비금융 민간기업의 2분기 현물·선물환 달러 매도액도 2635억 9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71.5% 급증했다. 법인세·배당·국내 투자 등 원화 수요가 커진 데다 환율 하락으로 달러를 보유할 유인도 약해진 영향이다.
위재현 교보증권 연구원은 “최근 원·달러 환율은 달러 가치 향방보단 수급에 더 크게 움직인다”며 “무역흑자로 벌어들인 달러가 실제 국내로 들어오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통화정책도 원화 강세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한은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올린 가운데 서울경제신문 설문에서 전문가 20명 중 13명(65%)이 27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0.25%포인트 추가 인상을 전망했다. 7명(35%)은 동결을 예상했다. 7월에 이어 8월에도 금리를 올리는 ‘백투백 인상’ 전망이 우세한 셈이다.
이남강 한국투자금융지주 이코노미스트는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성장세와 한은의 인상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연말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 초중반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분기 배당이 이달 집중되면서 외국인 배당금 역송금에 따른 달러 수요가 유입될 수 있고 급격한 환율 하락에 따른 저가 매수도 추가 하락을 제한할 수 있다.
한 외환시장 전문가는 “기업 달러 매도가 일시적 이벤트를 넘어 구조적 흐름으로 이어지는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며 “가을 이후에도 매도세가 이어질지가 원화 강세의 분수령”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