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면 치매는 어쩔 수 없는 것 아닐까.”
50대에 접어들면서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끼면 한 번쯤 이런 걱정을 하게 된다. 하지만 치매 위험을 낮추기 위해 거창한 건강 관리부터 시작할 필요는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년기에 딱 세 가지만 잘 지켜도 치매 없이 사는 기간이 13년 가까이 길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3가지’ 없으면 ‘치매 없는 삶’ 12.6년 길어
최근 미국 뉴욕대 랭곤헬스 연구진은 평균 연령 56세인 미국 성인 1만2409명을 평균 26년간 추적해 고혈압과 당뇨병, 흡연 등 세 가지 위험 요인이 치매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담배를 피우지 않고 고혈압과 당뇨병이 없는 사람은 세 가지 위험 요인을 모두 가진 사람보다 치매 없이 살아가는 기간이 평균 12.6년 길었다.
연구 시작 이후 치매 없이 생활한 기간은 위험 요인이 없는 사람이 평균 30.1년이었던 반면 세 가지를 모두 가진 사람은 17.5년에 그쳤다. 추적 기간 동안 참가자 가운데 3008명이 치매에 걸렸고 5238명은 치매에 걸리지 않은 채 사망했다.
세 가지 위험 요인을 모두 가진 사람은 하나도 없는 사람보다 치매 발병 위험도 약 2.7배 높았다.
연구진이 이 세 가지에 주목한 이유는 모두 일상생활을 통해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흡연과 높은 혈압·혈당은 혈관을 손상시키고 염증을 일으켜 뇌혈관 질환과 치매 위험을 높일 수 있다.
특히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독성 단백질은 증상이 나타나기 약 15~20년 전부터 뇌에 쌓이기 시작한다. 치매가 주로 65세 이후 나타난다는 점을 고려하면 40대 후반~50대부터 관리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하나만 줄여도 치매 발병 약 4년 늦춰져
당장 세 가지를 모두 관리하기 어렵더라도 한두 가지를 개선하는 것만으로 차이가 나타났다.
세 가지 위험 요인을 모두 가진 사람과 비교했을 때 위험 요인을 하나 줄인 경우 치매 발병이 약 4년, 두 개를 줄인 경우 약 8년 늦춰지는 것과 연관됐다.
85세가 됐을 때의 차이도 컸다. 위험 요인을 세 가지 모두 가진 사람 가운데 치매에 걸리지 않은 비율은 7%에 불과했지만, 위험 요인이 하나도 없는 사람은 35%가 치매 없이 생활했다.
성별에 따른 차이도 있었다. 위험 요인을 세 가지 모두 가진 경우에도 여성은 연구 시작 이후 평균 18.1년간 치매 없이 생활해 남성의 16.6년보다 길었다.
다만 이번 연구는 혈압과 당뇨, 흡연을 관리하면 치매 발병이 직접적으로 늦어진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한 것은 아니다. 세 가지 위험 요인이 적은 사람에게서 치매 없는 기간이 더 길게 나타났다는 연관성을 확인한 연구다.
50대부터 할 일은 의외로 단순…“운동하고 당 줄여야”
그렇다면 중년부터 무엇을 해야 할까. 연구진이 강조한 방법은 특별하지 않다.
연구를 이끈 조지프 코레시 뉴욕대 교수는 금연과 함께 혈압·혈당을 꾸준히 확인하고 관리할 것을 강조했다. 특히 당뇨병과 고혈압을 예방하기 위해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과도한 당분 섭취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치매 예방을 위해 50대부터 어려운 두뇌 훈련이나 특별한 건강식품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와는 다르다. 평소 혈압을 확인하고, 혈당이 높아지지 않도록 식습관과 운동량을 관리하고, 담배를 끊는 기본적인 생활습관이 수십 년 뒤 뇌 건강과도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코레시 교수는 “중년기에 이러한 위험 요인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만으로도 치매와 사망 위험 없이 건강하게 살아가는 시간을 10년 이상 더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연구에서는 난청이나 사회적 고립, 대기오염 등 치매와 관련된 다른 위험 요인은 분석하지 않았다. 또 혈관 위험 요인을 한 시점에서 측정했기 때문에 이후 생활습관이나 건강 상태가 어떻게 변했는지는 반영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