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에도 ‘꽃게 오픈런’이 펼쳐질까. 산란기 보호를 위해 6월 21일부터 시행된 꽃게 금어기가 전날 자정을 기해 풀리면서 대형마트와 e커머스가 일제히 ‘가을 햇꽃게’ 판매에 돌입했다. 이마트 100g당 689원, 쿠팡 688원, 컬리 680원. 주요 업체가 써낸 가격표는 약속이나 한 듯 600원대 후반에 몰려있다.
가을 햇꽃게 판매는 유통업계가 연중 가장 공을 들이는 행사 중 하나다. 풍부한 공급량과 저렴한 가격, 이에 걸맞는 고객 수요가 맞아떨어지는 시기와 상품이기 때문이다. 통상 꽃게는 봄과 가을, 연중 두 차례 제철이 찾아오지만 성격은 다르다. 봄 꽃게는 알을 가득 머금어 별미로 꼽히는 대신 산란을 앞두고 활동량이 많아 어획량이 적다. 이에 값은 1㎏당 5만원에 육박한다. 이와 달리 가을 꽃게 가격은 100g당 689원으로 계산할 때 1㎏에 6890원. 봄 꽃게 값의 ‘반의 반’에도 미치지 않는 수준이다. 간장게장이나 찜, 탕에 부담 없이 쓸 수 있어 가성비에서는 봄 꽃게를 압도한다. 금어기 해제일에 맞춰 매대 앞에 줄이 서는 ‘꽃게 오픈런’이 해마다 되풀이되는 배경이다.
가장 풍부한 물량을 갖춘 곳은 이마트다. 이마트는 한해 약 1000톤의 가을 햇 꽃게를 취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는 21일부터 사흘간 국산 가을 햇꽃게를 100g당 689원에 팔고, 24~26일에는 신세계포인트 적립 시 772원에 내놓는다. 정상가(1980원) 대비 60% 이상 낮춘 가격이자 지난해 행사가 741원보다도 싸다. 이를 위해 충남 태안 등 서해안 주요 산지에서 50여 척을 단독 계약하고 항구 인근에 전용 작업장을 뒀다. 새벽에 잡은 꽃게를 당일 매장에 깔기 위해서다. 행사 첫날 준비 물량은 전년보다 70% 이상 늘린 20톤 안팎이다. 황지수 이마트 갑각류 바이어는 “금어기 해제 첫날 더 많은 고객에게 햇꽃게를 선보이기 위해 첫날 준비 물량을 전년 대비 70% 이상 늘린 20톤 내외로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슈퍼는 가격과 선도를 동시에 앞세웠다. 조업 직후 5℃ 이하 저온 해수에 담가 움직임을 안정시킨 뒤 톱밥을 덮어 휴면에 가까운 상태로 전국 매장에 직송하는 ‘꿀잠 꽃게’다. 서해안 전용 선단 25척을 운영하고, 선별·포장을 맡는 전문 패킹장은 8곳에서 9곳으로 늘렸다. 롯데마트는 21일, 롯데슈퍼는 22일 판매를 시작하며 26일까지 행사 카드 결제 시 30% 할인한다. 오문규 롯데마트·슈퍼 수산팀 MD(상품기획자)는 “꿀잠 꽃게는 산지에서 고객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선도를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둔 상품”이라며 “올 가을 신선한 제철 꽃게 본연의 맛을 부담 없이 경험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e커머스도 참전했다. 쿠팡은 올해 매입량을 지난해 100여 톤에서 150톤으로 50% 늘리고, 산지를 기존 5곳에서 인천 연평·옹진을 더한 7곳으로 넓혀 서해 전역을 아울렀다. 산지마다 검수·선별을 처리하는 미니 물류센터를 두고 이르면 다음 날 오전 7시 전에 배송한다. 컬리는 신진도에서 통발이 아닌 그물로 잡아 산지에서 바로 빙장 포장한 ‘냉수마찰 햇꽃게’를 해양수산부 수산대전 쿠폰 적용 시 2㎏ 1만3600원(100g당 680원)에 선보인다.
가을 꽃게 시즌은 8월 21일부터 10월까지 통상 석 달 간 이어진다. 연중 물량이 나오는 양식 품목과 달리 이 기간을 놓치면 1년을 기다려야 하는 만큼 사실상 산지 물량을 충분히 확보한 곳이 꽃게 대전에서 승리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유통 구조상 오프라인 업체가 풍부한 공급 물량을 확보하고 고객들의 수요를 충족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산지에서 물건을 공급할 수 있는 어민 자체가 한정돼 있어 꽃게 철에만 찾아가서는 물량을 받을 수 없고, 자연산 광어처럼 다른 시기 어획물까지 꾸준히 사주는 관계가 쌓여야 성수기에 배정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여러 어종이 금어기가 있지만 꽃게의 금어기 해제는 고객들의 관심이 크다”며 “ 우수 산지와의 협업을 넓혀 고물가 시대에 고객들의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낮추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