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글로벌 흥행작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예상치 못한 소송에 직면하게 됐다. 25년 전부터 ‘데몬 헌터’라는 이름으로 활동해온 미국 메탈밴드가 “실제로 우리 공연을 케데헌 공연으로 착각한 관객까지 나왔다”며 상표권 침해를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케데헌 아니었어?”…소송까지 간 이름 혼동
19일(현지시간) 로이터와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크리스천 메탈밴드 ‘데몬 헌터(Demon Hunter)’ 측 법인 하이드 레인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중부연방지방법원에 넷플릭스와 넷플릭스 스튜디오, 공연기획사 AEG프레젠츠를 상대로 상표권 침해와 부정경쟁 등을 주장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2000년 결성된 데몬 헌터는 25년 동안 음반을 내고 공연과 상품 판매를 이어온 밴드다. 2022년에는 음반과 상품 등에 대해 ‘Demon Hunter’ 상표를 등록했고, 라이브 음악 공연과 관련해서도 상표권을 신청한 상태다.
밴드 측이 문제 삼는 것은 케데헌의 사업 영역이 영화에 머물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넷플릭스가 음원과 관련 상품에 이어 글로벌 콘서트 투어까지 사업을 넓히면서 기존 데몬 헌터의 음반·공연·상품 사업과 영역이 상당 부분 겹치게 됐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이름 때문에 벌어진 황당한 사례도 소장에 담겼다. 한 소비자는 미국 뉴욕주 올버니에서 열리는 데몬 헌터 공연을 어린이들과 함께 볼 ‘케이팝 데몬 헌터스’ 공연으로 착각해 약 500달러어치의 상위 등급 티켓을 구매한 것으로 전해졌다.
뒤늦게 다른 공연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소비자는 환불을 요청하면서 실제 케데헌 공연 티켓을 사야 한다는 취지의 이메일까지 보냈다. 한 방송 프로듀서가 케데헌 관계자를 찾다가 데몬 헌터 측에 인터뷰를 요청하거나, 소셜미디어에서 케데헌 관련 게시물에 밴드 계정을 잘못 태그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밴드 측은 주장했다.
25년 된 ‘데몬 헌터’ vs 넷플릭스 역대급 흥행작
데몬 헌터 측은 넷플릭스가 케데헌을 공개하기 전부터 자신들의 존재를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5년 동안 구축한 브랜드 정체성이 넷플릭스의 대형 콘텐츠와 뒤섞이면서 위협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밴드 측은 법원에 배심원 재판을 요청하는 한편, 넷플릭스가 ‘KPop Demon Hunters’라는 명칭을 음반과 라이브 공연, 상품 등에 사용하는 것을 제한해달라고 요구했다. 금전적 배상도 청구했으며 보도에 따르면 최대 3배의 손해배상도 요구하고 있다.
다만 두 명칭이 완전히 같은 것은 아니다. 데몬 헌터는 실제 미국 메탈밴드인 반면,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악령을 사냥하는 가상의 K팝 그룹 ‘헌트릭스’를 중심으로 한 애니메이션이다. 결국 법원이 두 이름의 유사성이 소비자를 혼동시킬 정도인지 판단하는 것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넷플릭스 측은 소송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외신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밴드 측 주장을 “근거 없다”고 일축했다. AEG프레젠츠는 아직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케데헌은 2025년 공개된 뒤 넷플릭스 역대 최다 시청 오리지널 영화에 오르는 등 세계적인 흥행을 기록했다. 영화뿐 아니라 사운드트랙과 캐릭터 상품도 인기를 끌었고 골든글로브 최우수 애니메이션상과 아카데미 주제가상까지 거머쥐었다. 속편 제작과 월드투어가 확정됐으며 TV 시리즈와 무대 뮤지컬 등으로 확장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반면 데몬 헌터 역시 25년 동안 12장의 앨범을 발표하며 활동을 이어왔다. 빌보드200에 여러 차례 이름을 올렸고 인디펜던트 앨범 차트 1위 2회, 하드록 앨범 차트 톱5 6회를 기록했다. 오는 10월 7일부터는 미국 투어도 예정돼 있다.
“왜 이제야 소송을”…국내 누리꾼 반응
소송 소식이 알려지자 국내 온라인상에서도 반응이 나왔다. 일부 누리꾼들은 “유명해지니까 소송을 거는 것 아니냐. 문제였다면 제작 발표 때부터 제기했어야 한다”, “확실히 한국 브랜드와 K팝이 유명해졌다. 노이즈 마케팅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데몬 헌터’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게임 등 다른 콘텐츠도 있다는 점을 들며 “그런 작품에는 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느냐”는 의견도 나왔다.
반면 실제로 수백 달러짜리 공연 티켓을 잘못 구매한 사례까지 나온 만큼 단순히 이름이 비슷한 수준의 문제로 치부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케데헌이 영화에서 출발해 음악과 상품, 실제 공연으로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면서 두 브랜드가 소비자를 만나는 영역이 겹치기 시작했다는 점이 향후 법정 공방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