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소설 ‘옹고집전’이 진짜와 가짜,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유쾌하게 뒤흔드는 현대 음악극으로 재탄생한다.
국립극장은 다음 달 3~6일 달오름극장에서 ‘옹고집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음악극 ‘옹옹옹’을 공연한다고 21일 밝혔다. 극본과 연출은 연극계 차세대 주자로 주목받고 있는 서동민 작가와 강훈구 연출이 각각 맡았다. 이들은 지난해 연극 ‘말린 고추와 복숭아향 립스틱’으로 백상예술대상 연극 부문 젊은연극상을 수상하며 커다란 주목을 받았다.
옛 소설에서 욕심 많은 부자 옹고집은 어느 날 가짜 옹고집이 등장하자, 오히려 가짜로 몰려 집에서 쫓겨난다. 이후 온갖 고난과 반성 끝에 본래 자리로 되돌아오는 권선징악으로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옹옹옹’은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차용하면서도, 주변 인물들이 옹고집 역할을 돌아가며 맡으면서 진짜와 가짜, 정상과 비정상, 주류와 비주류 등 우리 사회가 만들어 놓은 여러 경계와 정체성에도 질문을 던진다.
최근 열린 간담회에서 강 연출은 ‘옹고집전’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인공지능(AI)이 나를 대체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 수많은 정보 속에서 진짜를 구별하기 어려운 현실 등이 요즘 시대의 화두”라며 “고전소설이지만 진짜와 가짜의 경계를 묻는다는 점에서 상당히 동시대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서 작가는 “역할 바꾸기를 통해 정상이라고 여겨지는 영역에서 밀려난 사람들의 이야기도 담았다”며 “누군가를 가짜로 몰아내려고 하면, 그 누구도 진짜일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음악 역시 하나의 장르에 머물지 않는다. 전통적인 창으로 시작해 랩과 가요, 록, 트로트, 테크노까지 자유롭게 넘나든다. 올해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반’을 수상한 추다혜차지스의 보컬 추다혜를 비롯해 김솔지, 지혜연 등 노래 실력을 갖춘 배우들이 합류해 음악극의 색채를 더한다. 김솔지는 “배우들이 다른 무대에서는 보여주기 힘든 개인기를 대방출하는 작품”이라며 “흥겨운 음악과 춤으로 극을 신나게 이끌어 간다”고 말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배우가 함께 무대를 꾸리는 ‘무장애 공연’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저신장 배우 김유남이 옹고집 역을 맡고, 국악을 전공한 청각장애인 배우 지혜연은 청력을 잃은 뒤 10년 만에 음악극 무대에서 노래와 연기를 선보인다.
수어 통역도 공연의 일부로 적극 끌어들였다. 배우마다 수어 통역사가 ‘그림자 통역’ 방식으로 함께 무대에 올라 호흡한다. 배우의 대사와 노래를 단순히 수어로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연기와 춤에도 참여하며 하나의 배역처럼 움직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