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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만드는 공장에도 AI”…패션제조업, 재단·봉제 자동화 시동

21.08.2026 1분 읽기

섬유업계에서 인공지능(AI)의 활용이 디자인에서 생산 현장으로 넓어지고 있다. AI로 디자인을 만들거나 판매량을 예측하는 수준을 넘어 원단을 다루고 옷본을 제작하는 등 실제 제조 과정에 AI와 로봇을 접목하려는 시도가 본격화하고 있다. 인건비 상승과 인력 부족으로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겨야 했던 국내 섬유·의류업계가 자동화를 통해 제조 경쟁력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1일 섬유업계에 따르면 한세실업은 로봇손(그리퍼) 기술 기업 리얼월드와 계약을 맺고 의류 생산 현장에 AI와 로봇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리얼월드는 사람의 손처럼 물체를 정밀하게 집고 움직일 수 있는 로봇손 AI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김익환 한세실업 부회장이 직접 관련 기술을 살펴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류 생산 과정의 자동화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세실업은 이미 AI 활용 범위를 생산과 제품 개발 영역으로 넓혀가고 있다. 2023년 AI 전담 조직을 만든 뒤 디자인 개발과 제품 제작 등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사 씨에이플래닛과 함께 옷본 하나를 여러 사이즈에 맞춰 자동으로 조정하는 기술의 실증 작업(PoC)을 진행하고 있다. 한세실업 관계자는 “생산·개발·품질관리 등 다양한 영역으로 AI 기술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조 AI 도입은 특히 국내에 제조 기반을 둔 기업들을 중심으로 활발하다. 사람의 손기술에 의존했던 공정을 AI로 대체하려는 시도다. 국방·소방용 특수복을 생산하는 보광INT는 원단의 두께와 장력을 AI로 실시간 파악해 봉제 조건을 조절하고 표면의 미세한 결함을 자동으로 찾아내는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작업자의 숙련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봉제·검품 과정의 자동화가 목적이다.

코리안프렌즈는 생성형 AI가 만든 디자인을 실제 의류 제작에 필요한 작업지시서로 바꾸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디자인 이미지를 사람이 다시 생산용 도면으로 옮기는 과정을 줄임으로써 제품 개발에 필요한 시간과 인력을 절감하려는 취지다. 거림트렌드·에프앤아이코리아·굿트러스트 등은 AI 데이터 기업 시제(SIJE)와 협업해 봉제 작업량과 설비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하고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병목을 파악하고 있다.

정부도 섬유 제조업의 AI 전환에 힘을 싣고 있다. 산업통상부는 2028년부터 2034년까지 총 3100억 원을 투입하는 ‘첨단 미래섬유 개발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기업 수요를 조사했다. 원사와 방적부터 염색·가공·봉제에 이르는 섬유 제조 전 과정에 AI를 접목해 생산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수요 조사에는 당초 예상보다 많은 200여 개 기업이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찍부터 생산시설이 해외로 빠져나간 미국에서는 의류 생산 전체를 자동화하려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패션테크 기업 크리에이트미(CreateMe)는 원단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의류를 자동으로 조립하는 생산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가 확보한 관련 특허만 95건 이상이다. 최근에는 AI 농업기업 아발로, 원단업체 라구나 패브릭스와 손잡고 미국 내 의류 생산 생태계를 구축하는 프로젝트에도 나섰다.

국내 섬유업계가 AI에 주목하는 배경에는 생산 기반 약화에 대한 위기감이 자리 잡고 있다. 국내 섬유산업은 1960~1970년대 수출을 이끌었지만 인건비와 생산비 부담이 커지면서 생산시설이 중국과 베트남 등으로 빠르게 이전됐다. 여기에 국내 생산인력의 고령화까지 겹치면서 봉제 등 숙련 노동력을 구하기도 어려워졌다. 업계 관계자는 “디자인과 기획만 국내에 남고 생산 기반이 사라지면 K패션의 성장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재단과 봉제처럼 사람의 손이 많이 필요한 공정까지 AI와 로봇으로 자동화할 수 있다면 인력 부족을 보완하고 국내 제조 기반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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