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을 삼킨 직후 ‘아~’ 하는 소리만 듣고도 흡인 위험이 높은 환자를 가려낼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분당서울대병원은 류주석 재활의학과 교수와 김정민 선임연구원이 삼킴장애 환자가 음식물을 삼킨 직후에 낸 단 2초간의 짧은 목소리만으로 흡인 위험군과 정상군을 안정적으로 구분해내는 AI 모델을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흡인은 음식물이나 침이 식도가 아닌 기도로 잘못 들어가 발작적인 기침을 일으키는 현상이다. 노화, 신경계 질환 등으로 삼킴 기능이나 기도 보호 작용에 문제가 있을 때 나타나며, 흔히 ‘사레 들렸다’고 표현된다. 흡인이 반복되면 음식물과 침 속 세균이 폐로 들어가 흡인성 폐렴 같은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고령화 여파로 삼킴장애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흡인 위험군을 조기에 발견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지만 엑스레이로 음식물이 이동하는 과정을 실시간 관찰하는 ‘비디오투시연하검사’ 외에는 입증된 방법이 없었다.
연구팀은 삼킴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목소리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는 데 주목했다. 정상적으로는 후두가 기도를 막아 음식물이 안전하게 식도로 넘어가지만, 삼킴장애 환자는 이 기능이 약해져 음식물이 성대 위에 남기 쉽다. 남은 음식물이 성대 진동을 방해해 목소리 질이 변하게 되는 것이다.
앞서 연구팀은 2024년 삼킴 직후 목소리만으로 흡인 위험군과 정상군을 구분하는 AI 모델을 개발한 바 있다. 이번엔 삼킴장애 환자는 목소리를 길게 내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모든 음성 데이터를 2초 단위로 자동 분할했다. 이후 연구진이 일일이 데이터를 확인하며 다듬는 과정을 거쳐 AI에 학습시킨 다음 성능 검증에 나섰다. 검증에는 2021년 10월부터 2023년 2월까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삼킴장애 증상으로 비디오투시연하검사를 받은 환자와 삼킴장애 증상이 없는 일반인 198명의 삼킴 직후 목소리가 녹음된 데이터가 활용됐다.
분석 결과 AI 모델이 흡인 위험군과 정상군을 구분하는 능력(AUC)은 0.8090, 흡인 위험군을 찾아내는 민감도와 정상군을 찾아내는 특이도는 각각 81.78%, 80.02%로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 또한 음성 데이터를 2초로 표준화하는 접근의 타당성을 분석한 결과, 삼킴장애 증상으로 비디오투시연하검사를 받은 환자의 평균 발성 지속시간은 2.22~2.48초로 일반인(6.19초)에 비해 유의하게 짧았다. 2초 표준화가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삼킴 기능에 문제가 있는 환자의 발성 능력을 반영한 과학적 기준임을 입증한 것이다.
류주석 교수는 “흡인은 음식물이나 침을 삼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만큼 일상에서 위험을 지속적으로 살필 수 있어야 한다”며 “향후 다기관 데이터를 확보해 이번 연구가 제시한 AI 모델의 성능을 검증하는 등 후속 연구를 통해 임상 현장에 적용 가능한 수준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과 분당서울대병원의 지원을 받았고,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최근호에 실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