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드라마 ‘승산 있습니다’ 주연 배우 하영의 ‘증조부 친일 논란’에 대해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제작사 및 관계자들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논란이 확산하면서 내년 상반기 방송 예정인 ‘승산 있습니다’의 공개 여부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SBS는 20일 서울경제신문에 “출연 배우와 관련된 최근 사안에 대해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현재 제작사 및 관계자들과 함께 다각도로 신중하게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결정되는 사항이 있는 대로 공식 경로를 통해 안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영은 친일 논란 이후 남은 분량 촬영에 임해 ‘승산 있습니다’는 현재 촬영을 거의 마친 상태로 알려졌다. 촬영이 상당 부분 진행된 데다 하영이 이제훈과 함께 주연을 맡은 만큼 하차나 교체를 결정할 경우 제작 일정과 비용에 상당한 부담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미 촬영한 장면을 다시 찍어야 하는 데다 다른 배우와 제작진의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방송 시점도 변수다. ‘승산 있습니다’는 2027년 상반기 방송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일본 TV아사히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다. 특히 3·1절을 앞둔 시점의 편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주연 배우의 증조부 친일 행적 논란까지 겹치면서 방송사와 제작진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논란은 하영의 가족사 관련 발언에서 시작됐다. 하영은 최근 방송에서 “4대째 의사 집안”이라는 사실을 알리며 증조부가 고종 황제를 치료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후 증조부가 일제강점기 의사로 활동한 안상호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친일 행적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하영 측은 처음에는 관련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후 안상호가 1916년 서울에서 조직된 대정친목회 평의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기록이 확인되면서 입장을 바꿔 친일 행적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하영 역시 자필 사과문을 통해 증조부의 삶을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었다며 관련 자료를 직접 확인한 뒤 증조부의 친일적 행적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후 안상호의 구체적인 행적을 보여주는 자료들이 잇따라 공개되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됐다. 안상호는 1916년 대정친목회 평의원으로 활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정친목회에는 당시 경제인과 관료, 언론인, 교육자, 법조인, 의료인 등이 참여했으며, 이완용이 중심인물로 활동한 단체로 알려졌다. 또 이토 히로부미 추모준비위원회에서 활동한 기록도 거론됐다.
특히 최근에는 1913년 일본어 잡지 ‘조선공론’에 실린 안상호 관련 기록까지 확인됐다. 1913년 9월 발행된 ‘조선공론’에는 ‘일선동화의 선구 조선인 남편·일본인 아내 평판기’라는 제목의 글이 실렸는데, 안상호를 일본과 조선의 동화를 뜻하는 ‘일선동화’의 선구로 소개했다. 해당 글은 안상호가 일본인 여성 가와구치 이소코와 결혼한 사실을 소개하면서 그의 말씨와 태도가 일본인과 다르지 않다는 취지로 평가했다.
당시 안상호의 의료 활동과 생활상도 함께 소개됐다. 잡지는 안상호가 도쿄자혜의학전문학교를 졸업한 뒤 의사로 활동하고 일본인 여성과 결혼한 과정을 상세히 다루며 그를 ‘일선동화’의 사례로 조명했다. 1926년 ‘매일신보’ 기록에는 안상호가 시흥 일대에 10만여 평의 산림을 보유했다는 내용도 확인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논란이 확산되면서 하영 개인을 넘어 ‘승산 있습니다’에도 불똥이 튀었다. 온라인에서는 하영의 하차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으며, SBS 역시 작품의 방송 여부와 관련해 제작사 및 관계자들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배우의 논란이 작품 공개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최근 방송가에서 반복되는 현상이다. 그러나 이번 사안은 주연 배우의 가족사를 둘러싼 역사적 논란이라는 점에서 다른 배우 리스크와는 성격이 다르다. 여기에 일본 원작이라는 작품의 특성과 3·1절을 앞둔 편성 시기까지 맞물리면서 SBS의 판단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다른 배우들의 논란과는 결이 달라 빠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할 것 같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