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해킹 조직에 전산망을 뚫려 1000GB가 넘는 자료를 유출당한 대법원이 정작 지난해 후속 보안 장비 도입 예산 10억 원을 한 푼도 집행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20일 국회의 2025회계연도 대법원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해 신규 보안 장비 도입 사업에 10억 원을 편성했지만 사업 추진이 지연되면서 전액 불용 처리했다.
앞서 대법원은 2021년 1월부터 2023년 2월까지 북한 해킹 조직 라자루스의 공격을 받아 법원 전산망 자료 1014GB가 유출되는 침해 사고를 겪었다. 이 가운데 확인된 4.7GB에는 개인회생 관련 자필 진술서와 채무 증대 및 지급 불능 경위서, 진단서 등 개인정보가 포함된 문서가 들어 있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올 2월 대법원에 과징금 2억 700만 원과 과태료 600만 원을 부과했다.
대법원은 해킹 사고 이후 지난해 예산에 노후 보안 장비 교체 등 정보보안 사업을 신규·증액 편성했다. 문제가 된 사업은 대국민용 홈페이지에 대한 보안 위협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L7 Anti-DDoS 장비 등을 도입하는 것으로 자산 취득비 10억 원이 배정됐다.
하지만 사업계획 수립은 지난해 10월 17일에야 이뤄졌고 대법원은 11월 5일 조달청에 사업자 선정을 의뢰했다. 12월 입찰 과정에서 낙찰 업체의 장비가 요구 규격을 충족하지 못해 계약이 무산됐고 대법원은 결국 12월 31일 사업을 취소하고 예산을 전액 불용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문위원은 “회계연도 종료가 임박한 11월에야 사업자 선정을 의뢰한 것은 연내 집행에 필요한 기간을 고려하지 못한 것”이라며 “장비 규격의 적정성과 공급 가능성에 대한 사전 검토가 미흡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안 장비 도입 사업은 기존 시스템과의 호환성, 성능·보안성뿐 아니라 요구 규격을 충족하는 제품의 시장 공급 가능성 등을 사전에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