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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먼저 호남팹 추가 건설 요청…“원전·LNG 늘려야 전력 감당”

20.08.2026 1분 읽기

정부가 20일 내놓은 ‘2040년 전력수요 재추계’ 결과는 앞으로 우리나라 첨단산업이 얼마나 많은 전기를 필요로 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기업이 먼저 나서 반도체 팹 2기 추가 증설을 요구할 정도로 인공지능(AI) 산업의 호황이 확인된 상황에서 ‘전기 먹는 하마’로 통하는 AI 데이터센터까지 줄줄이 신설을 앞두고 있어서다.

또한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첨단산업 설비와 AI 데이터센터는 24시간 내내 가동되는 설비라는 점에서 간헐성이 높은 재생에너지 발전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반도체 팹 건설이 속도전으로 진행되고 있어 빠르게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액화천연가스(LNG)의 역할을 인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이날 공개한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전력수요 재전망’에 따르면 첨단산업과 AI 데이터센터 두 분야의 2040년 최대 전력 전망은 36.2~36.5GW(기가와트)로 기존 추계인 7.7~8GW보다 28.5GW 늘었다. 여기에 전기화 및 수요관리 전망이 소폭 조율되면서 전체 전력 수요 증분은 26.6~26.8GW로 조정됐다. 최대 전력은 연중 전기를 가장 많이 쓰는 날의 피크 수요를 감당하는 데 필요한 발전설비 용량이다.

실제 기업이 구매해야 하는 발전량 기준으로 살펴보면 2040년 두 분야의 전력 소비량은 348.5TWh(테라와트시)에 달한다. 이는 전력 추계 모델에서 첨단산업과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로 잡힌 253.4~255.4TWh에 국내총생산(GDP)이나 인구 증가 등 거시지표 변화와 함께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모형수요’상 전력 수요까지 더해진 수치다. 기후부가 새로 내놓은 2040년 전체 전력 수요가 최대 885.1TWh인데 이 중 두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육박한다는 이야기다.

몇 달 만에 전력 수요 전망치가 크게 달라졌음에도 전문가들은 대체로 정부의 재추계 결과가 합리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조상민 한국공대 융합기술에너지대학원 교수는 “AI 데이터센터의 경우 메가 프로젝트의 수요를 그대로 반영하지 않고 구체성을 구분해 반영했는데 이는 굉장히 동의하는 방향성”이라며 “전력 수요를 전망할 때는 너무 부족해 사고가 나서도 안 되고 과잉해 좌초 자산이 발생해도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산업계에서는 재생에너지 발전 확대만으로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가령 정부가 공약대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100GW까지 확대한 뒤 2040년에는 이를 200GW(태양광 150GW·풍력 50GW)까지 키운다 해도 실제 전력망에 공급되는 분량은 45GW 정도에 불과하다.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의 효율이 각각 20%·30% 내외에 불과해 발생하는 일이다. 반면 2040년 전체 전력 수요 전망은 158.4~165GW로 올해 최대치(약 95GW)보다 최대 70GW가량 더 많다. 안정적 전력망 관리를 위한 예비 설비까지 생각하면 필요한 발전설비는 더 늘어난다. 부족한 수요는 다른 발전원으로 메꿀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정부에 주어진 선택지는 많지 않다. 석탄발전소는 이미 2040년까지 퇴출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양수발전이나 에너지저장장치(ESS)는 전력망 분산의 기능을 하지만 총발전력에는 기여하지 못한다. 무탄소 전원 중심으로 전력망을 운영하겠다는 정부 기조를 유지하려면 원전을 추가로 더 짓는 방법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지난해 확정된 11차 전기본에 따르면 2038년까지 새울3·4호기, 신한울3·4호기를 비롯해 영덕에 새로 지어질 2기의 원전이 추가된다. 여기에 소형 모듈형 원전 350㎿(메가와트)까지 더해도 기존 계획에 확정된 추가 원전 설비는 총 8.75GW에 불과하다.

반도체 팹과 AI 데이터센터는 24시간 내내 안정적으로 전력을 소비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태양이 떠 있을 때만 전기를 만드는 태양광발전 방식으로는 대응하는 데 본질적인 어려움이 따른다. ESS나 양수발전소로 발전량을 분산해도 24시간 고르게 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뿐만 아니라 정부의 계획에 따르면 서남권과 용인의 반도체 팹들은 2030년께부터 가동되는데 신규 원전은 대부분 2030년대 중반 이후 들어선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LNG발전소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업계에서는 힘을 얻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어차피 산업단지에 고온 수증기가 필요하다”며 “LNG열병합발전소를 가동해 열과 전기를 함께 생산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박우영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전환정책연구본부장 역시 사용 연한 상한을 정해서라도 당장은 LNG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발전소 공급 계획을 세울 때 송전망 건설 문제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이종수 서울대 기술경영경제정책전공 교수는 “발전원 입지 후 전력망을 구축하는 기존 방식으로는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송전망 건설과 발전설비 구축을 일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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