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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조 번 정유4社, 신사업으로 ‘역래깅 파고’ 넘는다

20.08.2026 1분 읽기

올해 11조 원 넘는 이익을 거두며 극적인 실적 반등에 성공한 국내 정유업계의 하반기 셈법이 복잡해졌다. 상반기 호실적의 상당 부분이 중동 전쟁에 따른 유가 급등에 기인한 ‘반짝 효과’였던 만큼, 하반기 역래깅(원유 구입 시점과 판매 시점 간 유가 하락으로 인한 손실) 부담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정유사들은 대외 불확실성을 완충할 에너지 신사업 육성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 4사(SK에너지·GS칼텍스·HD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의 올 상반기 합산 영업이익은 11조 800억 원 규모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영업손실 1조 3000억 원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뚜렷한 실적 개선을 이룬 셈이다. 회사별로는 HD현대오일뱅크(2조 7576억 원), GS칼텍스(4조 1874억 원), 에쓰오일(2조 1961억 원), SK에너지(1조 9344억 원) 등 모두 2조 원 안팎의 이익을 냈다.

다만 이같은 실적 개선의 상당 부분은 일시적 유가 급등에 따른 재고 관련 이익이 차지하고 있다. SK에너지의 경우 상반기 재고 관련 이익이 약 1조 3400억 원으로 영업이익의 69%에 달했다. 에쓰오일(S-Oil)은 같은 기간 재고 관련 이익 규모가 전체 영업이익의 35% 수준인 7600억 원을 기록했다. HD현대오일뱅크 역시 2분기에만 유가·재고 관련 이익이 5000억 원이었으며, GS칼텍스도 재고 이익 급증이 2분기 호실적을 견인했다.

정유사는 원유를 구매해 정제 공정에 투입하고 석유제품으로 판매하기까지 시차가 발생해 재고 손익의 변동 폭이 크다. 특히 유가 상승기에는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가 원가에 반영되는 동안 석유제품 가격이 올라 재고 이익이 급증하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설비 규모 등을 고려하면 올 상반기 정유 4사의 재고 관련 이익이 3조~4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국제유가는 다시 요동치고 있다. 1월 배럴당 50~60달러 선을 유지하던 두바이유 가격은 2월 발발한 미·이란 전쟁 여파로 3월 137.82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종전 각서 체결 소식이 전해진 6월 60달러 선까지 떨어졌다. 최근 전쟁 리스크가 다시 불거지며 유가가 70~80달러 선을 오르내리고 있으나 3월 평균 가격과 비교하면 여전히 30%가량 낮은 수준이다.

주요 정유사들의 상반기 재고 이익을 기준으로 단순 환산 시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떨어질 때 사별로 약 2000억 원의 재고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대외적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유가 등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며 “하반기 실적과 관련해서도 전망이 어려워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에 정유사들은 실적 변동성을 방어하기 위해 전쟁 특수로 벌어들인 유동성에 기반해 향후 새 먹거리가 될 신사업 역량을 강화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에너지는 친환경 연료 생산을 확대해 기존 화석 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최근 울산CLX 내 지속가능항공유(SAF) 전용 생산 설비 및 코프로세싱 설비를 구축하고 연 10만 톤의 생산능력을 확보했다. HD현대오일뱅크 역시 선제적 투자를 통해 바이오 연료 시장 선점에 나섰다. HD현대오일뱅크는 최근 컨소시엄을 통해 국내 최대 바이오데질 원료 생산업체인 대경오앤티를 인수하고 원료 조달부터 제품 생산까지 이어지는 친환경 연료 수직계열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공지능(AI) 인프라 등 첨단 산업과 연계한 성장 동력 확보 경쟁도 치열하다. GS칼텍스의 경우 AI 데이터센터용 액침냉각유를 개발하고 실증을 마치는 등 AI 열관리 시장 공략에 나섰다. 에쓰오일 또한 AI 데이터센터용 액침냉각 기술 실증에 착수하며 냉각 솔루션 시장에 뛰어들었다. 아울러 전기차 판매 증가에 대응한 전기차용 윤활유 상용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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