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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의 포스트 ASML 경쟁

20.08.2026 1분 읽기

미국의 반도체 패권 재건 움직임이 매섭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선언한 테라팹(Terafab)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머스크는 스페이스X와 테슬라가 쓸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1TW(테라와트)급으로 커질 것으로 보고 장기적으로 한 달에 웨이퍼 100만 장을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현재 TSMC 전체 생산능력의 약 70% 규모다.

더 주목할 부분은 기술 판도를 바꾸려는 시도다. 최첨단 반도체에는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가 필수다. 파장이 짧은 빛으로 웨이퍼에 미세한 회로를 그리는 장비다. 공급량이 한정된 탓에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하루라도 먼저 납품받고자 총력전을 펼친다.

머스크가 테라팹을 완공하더라도 현재로서는 ASML EUV 장비가 없으면 선단 공정의 반도체는 그림의 떡이다. 이를 잘 아는 머스크는 ASML 장비를 대체할 기술을 시도 중이다. 입자가속기로 전자를 가속해 빛을 내는 자유전자레이저(FEL)가 바로 그 대안이다. EUV 장비의 빛을 만드는 방식을 FEL로 바꾸려는 것이다. 연구용 FEL은 전장만 1㎞가 넘는 경우도 있지만 이를 반도체용으로 줄이고 에너지를 회수하는 선형가속기(ERL)를 붙이면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성공하면 ASML EUV에 기대지 않고도 선단 공정의 반도체를 양산할 길이 열린다.

이런 기류는 우리 반도체 산업에 큰 위협이다. 한중 반도체 격차의 핵심은 국내 기업이 축적해온 기술력이지만 미국의 대중국 첨단 장비 수출 규제도 한몫했다. 실제 중국도 가속기 기반 EUV 광원을 연구하고 있다.

미중이 미래 반도체 패권을 둘러싸고 혁신 경쟁을 벌이는 사이 국내 상황은 딴판이다. 반도체 공장 유치를 놓고 지역 간 갈등이 이어지고 성과급을 둔 노사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전쟁 한복판에서 내부 갈등으로 힘을 빼는 것이다.

지금은 우물 안 밥그릇 싸움을 벌일 때가 아니다. 미중은 이미 ‘포스트 ASML’ 경쟁에 뛰어들었다. 우리 노사정 역시 기술과 생산성 혁신에 집중해야 한다. 자칫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일군 눈부신 성과가 ‘영광의 한때’로 끝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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