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분기 영업 적자를 기록한 삼성전자 완제품(DX)부문이 당분간 실적 회복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시장 점유율 확대를 통한 정면 돌파 전략을 추진한다. 메모리 가격 급등으로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지만 중장기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공격적인 판매 확대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특히 메모리 수급 불안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고객 신뢰 확보를 위해 반도체(DS)부문과의 철저한 분리 구조는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 DX부문은 이날 노태문 대표이사 겸 부문장 주관으로 임직원 대상 경영현황 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설명회에서 임직원들은 DX부문의 실적 악화와 DS부문과의 보상 격차 문제를 제기하며 경영진에 대응 방안을 집중적으로 질의했다.
경영진은 갤럭시 스마트폰 원가 구조상 반도체 비중이 크게 높아진 만큼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모바일경험(MX)사업부의 적자 탈출이 당분간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MX사업부를 중심으로 한 DX부문은 2011년 실적 집계 이후 올해 2분기 처음으로 8000억 원 규모의 분기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올 초 출시한 ‘갤럭시 S26’ 시리즈 흥행으로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 성장했지만 메모리 원가 부담이 커지면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 서버용 칩에 필요한 고성능 메모리를 대거 확보하면서 메모리 공급 부족 현상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스마트폰 판매량이 늘어도 높은 메모리 가격을 감당해야 하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中 흔들리는 틈 노린 ‘치킨 게임’ 예고
삼성전자는 이 같은 상황에서도 시장 점유율 확대 전략을 선택했다. 원가 부담이 더 큰 중국 중저가 스마트폰 업체들이 메모리 가격 상승의 직격탄을 맞는 상황을 기회로 삼아 판매량을 늘리고 메모리 가격 안정화 이후 수익성을 회복하겠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 업체 대비 압도적인 규모와 브랜드 경쟁력을 갖춘 만큼 장기적인 점유율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이달 7일 폴더블폰 시리즈 최초로 4대3 화면비를 적용한 새로운 폼팩터 제품 ‘갤럭시 Z폴드8’을 출시했다. 갤럭시 Z폴드8을 포함한 갤럭시 Z8 시리즈는 출시 전 일주일간 사전 판매량이 역대 갤럭시 스마트폰 가운데 최대인 144만 대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임직원들에게 “내년에도 혁신 제품을 지속적으로 준비하겠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부문과 완제품 부문, 분리운영
“차이니즈월 있어야, 고객 신뢰 얻어”
삼성전자는 DX부문 내부에서 제기되는 DS부문과의 보상 격차 문제와 관련해서도 기존 분리 운영 원칙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메모리 호황으로 DS부문이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을 기록하는 동안 DX부문은 원가 상승 부담으로 적자를 기록하면서 내부 불만이 커지고 있다. 올해 성과급도 메모리사업부는 인당 수억 원 수준이 예상되는 반면 DX부문 일부 직원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보상 수준에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차이니즈 월(Chinese Wall)’과 ‘성과주의 원칙’을 강조했다. 차이니즈 월은 이해상충을 막기 위해 부문 간 정보 교류를 제한하는 장치를 의미한다. 삼성전자는 DS부문과 DX부문이 분리돼 있어야만 고객사 신뢰를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애플이다. 애플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에는 고객사지만 MX사업부에는 경쟁사다. 만약 메모리사업부의 고객 정보가 MX사업부와 공유될 경우 글로벌 고객사들이 삼성전자와 거래를 꺼릴 수 있다는 논리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부품과 완제품 사업을 분리 운영했기 때문에 글로벌 고객사의 신뢰를 얻고 메모리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며 “분리 구조가 없었다면 글로벌 메모리 1위 경쟁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과있는 곳에 보상한다” 원칙
DX 노조는 21일 서초 집회 예고
삼성전자는 또 “성과 있는 곳에 보상한다”는 성과주의 원칙이 회사 성장의 기반이었다고 강조했다. DS부문의 성과급 재원을 DX부문과 나누는 방식으로 운영 원칙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DX부문 직원들은 과거 반도체 불황 당시 DX부문이 벌어들인 자금이 DS부문 지원에 활용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는 이후 DS부문이 해당 자금에 이자를 더해 상환했고, 최근 MX사업부 성과급 재원 일부도 DS부문에서 받은 이자가 반영됐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DX부문 최대 노조인 삼성전자 노동조합 동행은 오는 21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인근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노조 측은 약 3000명 참석을 예상하고 있다.
동행노조는 지난 5월 임금협상 합의 이후 DX부문 직원과 DS부문 간 성과 격차가 과도하다며 DX 직원 1인당 자사주 1000주 수준의 보상안을 요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