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권
논설위원
대만 정부가 매머드급 초과세수 덕분에 수년간 재정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대만 정부가 반도체 초호황 등에 힘입어 예산 목표치보다 더 거둬들인 세금은 2021~2024년 총 1조 8707억 대만달러(약 82조 원)에 달했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2025년도 세입까지 더하면 지난해까지 5년간 초과세수는 총 100조 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국고가 차고 넘치자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18일 전 국민에게 ‘인공지능(AI) 보너스’를 지급하는 정책을 내년도 예산안에 담기로 했다. AI 호황으로 인한 초과세수의 혜택을 공유한다며 국민 1인당 1만 대만달러(약 44만 원)를 지급하는 내용이다. 라이 총통은 지난해 야당이 비슷한 방안을 제안했을 때 ‘포퓰리즘’이라며 반대한 전력이 있다. 이런 내로남불 행보 탓에 올 11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매표용 현금 살포 정책이라는 비판이 현지에서 나온다. 또 전 국민에게 나눠줄 게 아니라 취약 계층이나 공공 주택 건설 등에 집중 투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우리나라에서는 올 5월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AI 인프라 시대의 초과세수 국민배당금 아이디어를 공론화했다. 비판이 일자 청와대는 “정부의 공식 입장이나 청와대의 내부 논의는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이후 기획예산처가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해 장기 추세를 초과하는 세수 증가분을 기금에 적립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가라앉았다. 하지만 ‘대만판 초과세수 국민배당’ 추진 소식이 전해지면서 대기업 초과이익을 사회적으로 재분배하자는 일부 주장이 힘을 받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라이칭더식 초과세수 국민배당보다는 대만의 탄탄한 나라살림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대만은 엄격하게 균형재정을 지켜 2012년 34.0%였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2024년 23.9%까지 개선했다. 반면 같은 기간 우리의 국가채무비율은 29.5%에서 45.8%로 악화됐다. 한국과 대만은 나라 곳간 사정부터 다르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