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구리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판매가가 구리 시세에 연동되는 국내 비철금속 소재 업체들이 잇따라 실적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 확산에 따른 구조적 수요 증가에 주요 광산의 생산 차질이 겹친 결과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비철금속 제조사 대창(012800) 의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496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7% 늘었다. 영업이익은 224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85억원 영업손실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대창 관계자는 “구리 가격이 오르는 국면에서 비교적 싸게 사둔 구리를 시세에 맞춰 팔면서 이익이 늘었다”고 말했다.
비철금속 제조사 국일신동(060480) 도 2분기 매출 102억원, 영업이익 2억원을 올렸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46% 늘었고 영업이익은 흑자로 전환했다. 구리를 가공해 제품을 파는 이 회사는 판매가격이 원재료 가격에 연동되는 구조다. 회사 측은 이번 실적 개선도 구리 가격 상승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KBI메탈(024840) 의 2분기 별도 기준 매출은 214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1% 늘었다. 영업이익은 22억원 손실에서 90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메탈사업부의 판매가격 상승이 실적을 끌어올렸다. 이 사업부는 폐건물 해체 현장 등에서 나온 구리 스크랩을 수거해 순도 높은 구리로 재가공한 뒤 판매한다.
실적 반등의 배경에는 국제 구리 가격의 가파른 상승이 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구리 현물 평균 가격은 톤당 1만3088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9432달러)보다 39% 올랐다. 이달 18일에는 1만4335달러까지 뛰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구리 가격 상승 배경에는 AIDC 확산이 있다. AIDC에는 변압기와 배전반 및 케이블 등 대규모 전력 인프라가 필요한데 이들 설비에 구리가 폭넓게 사용되는 만큼 AIDC 투자가 늘수록 구리 수요가 함께 증가한다. 또 전기차는 내연기관 차량보다 구리 사용량이 높기 때문에 전기차 보급이 확산될수록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점도 가격을 자극하고 있다. 칠레와 인도네시아 등 주요 생산국에서 광산 생산 차질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신규 광산은 개발에 착수해 실제 생산에 들어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단기간에 공급을 늘리기 어려운 이유다. 구조적인 수요 증가와 공급 제약이 맞물리며 당분간 구리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구리 가격 상승이 소재업체에 마냥 호재인 것만은 아니다. 가격이 지나치게 오르면 전방 산업의 수요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황동 같은 소재는 가격이 오르면 스테인리스 같은 대체재를 찾는 경우가 생긴다”며 “원가 부담을 소비자에게 넘기기 어려운 품목은 전방산업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리 가격은 계속 오를 것으로 보이지만 시장에 미칠 영향은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