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예금 보호 한도가 2배로 상향됨에 따라 추진되는 예금보험료율 인상 폭이 예상보다 커지면서 금융 업계는 업권별로 수천억 원에 이르는 청구서를 떠안게 됐다. 보험료율 인상은 2009년 이후 처음인데 시장에서는 예보료 재산정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인상 폭이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예금보험공사가 진행한 ‘예금보험기금 목표 규모 및 예보료율 재산정 연구용역’에서 예금자 보호를 위한 기금 확충을 위해서는 전 금융 업권의 요율 인상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특히 전체 예보료의 60%가량을 부담하는 은행권의 비용 증가가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은행권이 납부한 예보료는 약 1조 4600억 원 수준이다. 예보료율이 현재 0.08%에서 0.13%로 62.5% 인상될 경우 지난해 납부액을 기준으로 연간 9120억 원을 더 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재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은행권 예보료의 약 70%를 담당하고 있는데 이들 은행은 단순 계산으로 연간 1200억 원가량을 더 내야 하는 셈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예보료 인상은 은행 입장에서 곧 비용 요인의 증가”라며 “순이익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다른 업권의 예보료 부담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용역 결과 현재 0.15% 동일 요율이 적용되는 손해보험·생명보험·금융투자 업 권의 예보료율을 각각 0.5%, 0.4%, 0.16%(증권금융예치분 할인 적용 후)로 인상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손보 업계의 경우 현재보다 3.3배 높은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예보가 출자해 설립한 예별손해보험(옛 MG손해보험) 매각에 따른 비용도 반영됐다고 보고 있다.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부실 금융회사를 인수하는 매수자는 예보에 자금 지원을 신청할 수 있다. 예보는 예별손보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OK금융그룹에 상당한 규모의 자금을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손보 업계 관계자는 “예별손보 매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예보료 인상분에 반영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업계의 요율도 기존 0.4%에서 0.54%로 높여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예금자보호법이 정한 예보료율 상한인 0.5%보다 높은 수준이다. 다만 현행 예보료율 한도는 내년 말 일몰될 예정이라 국회와 금융 당국이 적정 상한선 수준을 두고 논의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예보의 한 관계자는 “현재 논의가 진행 중인 단계로 확정된 사안은 없다”며 “만일 0.5%를 초과하는 수준에서 요율이 결정된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예보료 인상이 소비자 혜택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달 1일 시행된 은행법 개정안에 따라 은행은 대출금리에 예보료를 반영하는 것이 금지됐고 저축은행 업권도 모범 규준을 개정해 대출금리 산정 항목에서 예보료를 제외한 바 있다.
하지만 소비자에게 비용 증가분을 우회적으로 전가하는 방법까지 차단하기는 어렵다. 우대금리를 축소하거나 각종 수수료 혜택을 줄이는 방식으로 수익을 보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세법 개정으로 과세표준 1조 원을 초과하는 금융사에 대한 교육세율이 기존 0.5%에서 1%로 인상되는 등 금융기관의 비용 부담 요인도 커지는 상황이다.
금융 당국과 예보는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업권과의 충분한 소통을 거쳐 연말까지 최종안을 확정하겠다는 계획이다. 당국은 예금보험채권상환기금 청산 시점과 예보료 인상 시점이 맞물려 금융권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해당 기금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투입된 자금을 사후적으로 충당하기 위해 마련됐는데 내년 말 청산된다. 은행들은 매년 부보 예금의 0.1%를 상환기금에 납부하고 있다. 논의에 참여하는 한 금융권 인사는 “이제 논의가 시작된 시점”이라며 “각 업권의 현실적인 부담 여력을 감안하면 연구용역 결과를 그대로 수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