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에 군고구마 판매량이 치솟고 있다. 손쉽고 즐겁게 건강을 챙기는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 트렌드가 퍼진 영향이다. 건강 관리 수요가 늘면서 계절 상품의 경계가 허물어지는가 하면 편의점 매출의 버팀목이던 담배의 비중은 쪼그라드는 등 편의점의 매출 공식도 달라지고 있다.
19일 BGF리테일에 따르면 CU의 군고구마 판매량은 3분기 들어 이달 17일까지 전년 같은 기간보다 67.4% 뛰었다. 군고구마는 호빵과 더불어 대표적인 겨울 상품이지만 여름철 판매량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특히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9일까지 군고구마 판매 증가율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63.9%에 달했다. 더위와 무관하게 군고구마의 판매 상승세가 이어진 셈이다. CU의 군고구마 매출 성장률은 지난해 3분기까지만 해도 20%대에 머물렀지만 지난해 4분기부터 가팔라졌다.
CU 측은 헬시플레저 문화가 매출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CU에서 고객이 군고구마와 함께 구입한 제품을 살펴본 결과 1위는 바나나우유였으며 바나나와 반숙계란, 흰우유, 닭가슴살이 뒤를 이었다. 바나나우유를 뺀 2~5위가 모두 식단 관리와 밀접한 제품이다. CU 관계자는 “고구마는 탄수화물의 종류와 섭취량을 조절할 때 찾는 대표적인 다이어트 음식”이라며 “계란이나 닭가슴살, 흰우유 등 양질의 단백질과 탄수화물로 식단을 짜려는 수요 덕에 한여름에도 군고구마 매출이 급증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편의점 매출의 40%는 담배가 차지한다’는 업계의 오랜 통념도 흔들리고 있다. BGF리테일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CU 매출 중 담배의 비중은 2020년 40.8%에서 올 2분기 35.9%로 5%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2021년 39.5%로 40% 선이 깨진 뒤 한동안 30% 후반대를 지켰지만 이제는 ‘어림잡아 40%’라고 말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내려앉았다. 담배가 비운 자리는 식품 및 가공식품이 메웠다. 담배의 매출 비중이 최근 1년간 1.2%포인트 낮아지는 동안 식품과 가공식품의 매출 비중은 1.3%포인트 높아졌다. 식품이 0.4%포인트, 가공식품이 0.9%포인트 늘었다.
GS25에서도 체중관리나 건강관리 관련 식음료의 매출 상승세가 뚜렷하다. 올 들어 8월 17일까지 GS25의 샐러드 제품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5% 불었으며 닭가슴살은 20.3% 증가했다. 단백질음료의 매출은 27.9% 올랐다.
특히 단백질음료는 올 상반기 기준 바나나우유 종류를 제치고 GS25의 가공우유 카테고리에서 처음으로 최대 매출 상품군에 등극했다. 상반기 단백질음료의 매출은 바나나우유 매출을 3.7% 웃돌았다. 바나나우유 뒤를 잇는 초코우유와 딸기우유 카테고리와 견주면 각각 44.6%, 158%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건강 관련 식품 시장의 몸집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특히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2016년 3조 2552억 원에서 지난해 5조 9626억 원 규모로 몸집을 불렸다. 이와 별개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건강 관련 식품을 원료별로 보면 비타민과 체지방 감소식품, 단백질 시장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는 이 같은 흐름에 맞춰 건강 관련 상품군을 보강하며 수요 잡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CU는 지난해 7월 6000여 개 점포에서 건강기능식품(건기식) 판매를 개시한 데 이어 올해 건기식 운영점을 2000개 이상 추가로 늘릴 계획이다. 아울러 천연과즙 농축액이나 제약사와 손잡은 건강 관련 식품을 확대하는 ‘헬스케어 2.0 전략’도 추진한다.
GS25도 김밥 등 인기 상품군에서 건강관리 트렌드를 반영한 제품 기획을 확대하고 있다. GS25는 올 2분기 참치계란김밥과 계란명란마요김밥에 이어 지난달 치즈 돈까스 김밥 등 단백질 함량을 기존 2배인 15~17g까지 끌어올린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단백질음료 취급 품목은 2020년 3종에서 현재 50여 종으로 불어났다.
세븐일레븐도 5월 건강 간편식 브랜드 ‘밸런스푼(BalanSpoon)’을 새롭게 론칭하고 헬시플레저족을 공략하고 있다. 단백질과 식이섬유 등의 원료를 보강한 반숙란롤샌드위치나 닭가슴살롤샌드위치, 에그듬뿍샐러드 등의 상품을 내놓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현재 9종인 배런스푼 상품을 확대하기 위한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판매량 추이로 볼 때 헬시플레저 트렌드는 갈수록 확산하고 있다”며 “체중감량 약품인 위고비나 마운자로 등의 인기와 맞물려 건강 관리는 장기 소비 트렌드로 굳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