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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만원 빌렸는데 500만원 갚아라”…법 강화 비웃는 불법사채

18.08.2026 1분 읽기

경기도 수원시에서 프랜차이즈 피자 가게를 운영하는 50대 이 모 씨는 최근 매출이 줄어 월세조차 내기 빠듯해지자 불법 사채업자에게 250만 원을 빌렸다. 선이자 75만 원을 떼고 실제 손에 쥔 돈은 175만 원이었다. 한 달 뒤 돈을 갚으려 하자 사채업자는 “500만 원을 갚아야 한다”고 통보했다. 연 이자율로 환산하면 2200%가 넘는다. 이 씨가 “이자가 너무 과하다”고 항의하자 가게로 독촉 전화가 쏟아졌다. 결국 지인에게 돈을 빌려 갚은 이 씨는 “주변에 손을 벌리기 싫어 돈을 빌렸는데 오히려 더 힘들어졌다”고 토로했다.

올해 상반기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가 1만 건을 넘어섰다. 경기 부진 장기화에 가계대출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난 중·저신용자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법정 최고금리를 크게 웃도는 고금리 피해가 급증하는 가운데 수법은 갈수록 교묘해지고 검거율은 떨어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8일 서울경제신문이 채현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금감원에 접수된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는 1만 37건으로 지난해 연간 1만 7538건의 57.2%에 달했다. 현재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 신고 건수는 2만 건을 넘어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가 설치된 2012년(1만 8237건) 이후 최대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

피해 신고는 2021년 9918건에서 2022년 1만 913건으로 1만 건을 넘어선 뒤 2023년 1만 3751건, 2024년 1만 5397건, 지난해 1만 7538건으로 꾸준히 늘었다. 코로나19 이후 이어진 고금리와 내수 부진으로 서민, 취약 계층의 자금 사정이 악화한 데다 최근 가계대출 관리 강화로 은행권 대출 문턱까지 높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제도권에서 중·저신용자에 대한 자금 공급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급전이 필요한 취약차주들이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밀려나는 ‘풍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피해 강도 역시 세지고 있다. 올 상반기 ‘고금리’로 인한 피해 신고는 3199건으로 지난해 연간 1904건보다 약 68% 많았다. 반년 만에 지난해 한 해 수준을 뛰어넘은 데다 최근 5년 중 가장 많았던 2023년(3472건)에도 육박했다. 지난해 7월부터 연 이자율 60%를 초과하거나 폭행·협박 등이 동반된 불법 대부 계약은 원금과 이자를 무효로 하는 개정 대부업법이 시행됐지만 현장에서는 연 수백~수만 %의 초고금리 대출이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실제로 춘천지법 원주지원은 올 3월 최대 연 2만 1783%의 이자를 받은 불법 대부업자 3명에게 각각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들은 약 1년 4개월간 651차례에 걸쳐 5억 원을 빌려준 뒤 원리금 명목으로 10억 원에 가까운 돈을 받아낸 것으로 조사됐다.

수법도 온라인·비대면을 중심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폰깡’이다. 고가 휴대폰을 장기 할부로 개통하게 한 뒤 업자가 단말기를 헐값에 넘겨받아 처분하고 일부만 현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피해자는 할부금과 통신 요금을 떠안게 되고 개통된 휴대폰이 보이스피싱이나 마약 거래 등에 쓰이는 대포폰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돈을 빌려준 뒤 상환 때 더 큰 금액의 상품권을 요구하는 ‘상품권 사채’ 또한 성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청소년에게 게임 아이템 구매비 등을 빌려준 뒤 고액의 이자를 요구하는 ‘게임 아이템깡’까지 등장하는 등 피해 대상과 수법이 다양해지고 있다.

수법은 고도화되고 있는 반면 수사기관의 검거율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채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잠정 불법 사금융 검거율은 51.2%로 2021년의 74.7%보다 23.5%포인트 낮았다. 검거율은 2022년 65.5%, 2023년 65.9%에서 2024년 58.2%로 떨어졌다가 지난해 61.0%를 기록했지만 올해 다시 50% 초반으로 내려앉았다. 온라인·비대면 거래가 늘고 대포폰, 대포 계좌 등이 확산하면서 범죄 조직의 실체와 자금 흐름을 추적하기가 어려워진 영향이다.

정부가 범정부 태스크포스(TF)와 특별 단속 등 잇단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피해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불법 사금융을 완전히 근절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돈을 빌리는 사람들이 정식 등록 대부 업체인지 손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합법적인 금융회사로 유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채 의원은 “서민과 취약 계층일수록 피해가 더욱 심각하다”며 “경제적 고통을 넘어 피해자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 만큼 사회안전망 강화 차원에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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