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이식을 담당하는 현장 의료진은 장기 기증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제도 개선으로 연명의료결정법과 장기이식법의 연계를 꼽았다. 현행 제도로는 잠재적 기증자를 실제 기증으로 연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된 결과다.
서울경제신문이 18일 전국 장기이식 의료기관 110곳의 이식외과 전문의와 장기이식 코디네이터 1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장기 기증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제도 개선을 묻는 질문에 ‘연명의료결정법과 장기이식법 연계(59.1%)’가 가장 필요한 과제로 꼽혔다.
연명의료결정법은 환자의 자기결정권과 존엄한 임종을, 장기이식법은 장기 기증과 이식 절차를 규정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장기이식법에 심정지 후 장기 기증(DCD) 근거를 마련하더라도 현행 연명 의료 결정 절차에는 연명 의료 중단 환자를 기증 절차로 연계할 근거가 없어 DCD 도입과 함께 두 법의 연결 고리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안형준 경희대병원 이식외과 교수는 “현재는 연명 의료 중단 환자 가운데 장기 기증이 가능한 환자를 평가하고 기증 절차로 연결하는 체계가 충분하지 않다”면서도 “장기 기증 활성화라는 목표가 연명 의료 결정제도의 취지를 앞서는 방향으로 운영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로 많은 응답(30.9%)은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원칙적 기증자로 간주하는 ‘옵트아웃’ 제도 도입이 차지했다. 현재는 장기 기증 희망자가 생전에 기증 의사를 명시적으로 등록하거나 표시해야 하는 ‘옵트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옵트아웃은 스페인과 같은 장기 기증 선진국에서 도입한 제도로 기증률을 높이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다음으로는 ‘운전면허증에 기증 여부 선택’이 7.3%를 차지했다. 미국은 대부분의 주에서 운전면허증을 신규 발급하거나 갱신할 때 장기 기증 희망 여부를 확인한다. 운전면허 발급률이 높은 만큼 장기 기증 희망 등록의 상당수가 이 절차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이어 ‘ 의료기관의 신고 의무 위반에 대한 처벌·감시 강화’는 2.7%로 가장 낮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잠재적 뇌사자 발굴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을 묻는 질문에서 ‘관리 업무 전반에 대한 의료 수가 마련(55.5%)’이 가장 필요한 과제로 꼽혔다. 현행 수가는 적출 및 이식 수술이 완료된 경우에만 장기별로 지급된다. 반면 잠재적 뇌사자를 발굴하고 가족에게 장기 기증을 설명하는 과정에는 별도 보상이 없어 의료진의 시간과 노동이 충분히 인정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 뒤를 ‘의료기관 평가 시 반영 및 인센티브 강화(22.7%)’ ‘전담 원내 코디네이터 배치 지원 확대(16.4%)’ ‘진료과별 의료진 교육 지원(5.4%)’ 순으로 이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장기이식 관련 교육이 충분하지 않은 의과대학도 있는 만큼 교육을 확대하면 의료진 간 협력도 원활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