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인공지능(AI)을 정하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경쟁이 업스테이지와 SK텔레콤(017670) , LG(003550) AI연구원의 3파전으로 압축됐다. AI 모델의 실제 활용성이 이번 평가에서 당락을 좌우했다. 성능을 넘어 산업 생태계나 일상생활로의 확산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최종 2개 정예팀은 이르면 올 연말 결정된다. 미국과 중국이 AI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는 만큼 최종 당락은 글로벌 최고 수준(프런티어) 모델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술 고도화가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독파모 2차 단계평가 브리핑을 열고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4개 정예팀 중 업스테이지, SK텔레콤, LG AI연구원은 통과했고 모티프테크놀로지스는 최하위를 기록하며 탈락했다.
벤치마크·전문가·이용자 등 3개 평가 영역에서 가장 큰 격차를 보인 분야는 이용자 평가다. 배점 25점인 이용자 평가 전체 평균은 17.6점으로 1위와 4위 간 점수 격차는 5점으로 집계됐다. 배점 40점인 벤치마크 평가에서 4개 팀 전체 평균은 22.5점이었으며 최대 격차는 4점이었다. 배점 35점인 전문가 평가 전체 평균은 28.8점이었으며 최대 점수 차는 2.4점이었다.
모티프는 AI 서비스 사용성 평가에서 상대적으로 저조한 성적을 받아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AI 스타트업 대표 등 전문 사용자 49명과 일반 국민 185명이 참여해 실사용성과 효용성을 검증한 결과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브리핑에서 “영역별 1등은 다 달랐고 일관되게 1등을 한 기업은 없었다 ”면서 “모티프는 아티피셜 애널리시스의 인텔리전스 인덱스(AAII) 점수가 굉장히 높은 수준으로 뛰어난 성과를 보여준 것이 분명하나 사용성·활용성 부분에서 다른 기업들에 비해 낮은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모티프가 선보인 모티프 3는 2차 평가 중 배점 25점을 차지하는 AAII에선 정예팀 중 가장 높았다.
다른 정예팀들도 1차 평가 이후 다방면에서 성능을 개선했다. 업스테이지의 솔라 오픈 2는 한번에 처리할 수 있는 문맥 창을 최대 100만 토큰까지 확보해 앤트로픽의 클로드 오퍼스 5나 오픈AI의 GPT-5.6 솔 등과 대등한 장문 처리 역량을 선보였다. SK텔레콤의 에이닷엑스 K2는 올해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 문제 평가에서 금메달 기준 점수를 거뒀다. LG AI연구원의 K-엑사원 2.0은 국내 최대인 7500억 개 파라미터 규모로 AI 모델의 환각 최소화 지표에서 세계 9위에 오르며 높은 신뢰성을 확보했다.
경쟁 무대는 공공행정·제조·국방·교육 등으로 넓어지는 모습이다. 업스테이지의 AI 모델은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심의를 지원하는 AI ‘연.예.인’에 도입됐다. ‘연구개발 예산심의 인공지능’을 줄인 이름으로 연구과제와 예산 자료를 분석해 유사·중복 가능성을 찾고 문서 초안 작성과 행정 절차 자동화 등을 지원한다. 엑사원을 활용한 신물질 발굴 AI는 LG생활건강의 화장품 소재 개발에 적용됐다. SK텔레콤은 철강 제조 기업 KG스틸, 자동차 부품 제조 기업 코넥과 제조 특화 AI 에이전트에 에이닷엑스 K2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르면 4개월 후 최종 2개 팀이 선정되는 가운데 독파모 프로젝트는 미국이나 중국에 버금가는 모델 출시에 중점을 둔다. LG AI연구원은 이번 단계에서 확보한 기술을 기반으로 K-엑사원을 국내 대표 프런티어급 전문가 AI 모델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임우형 LG AI연구원 공동연구원장은 “소형 모델만으로는 글로벌 빅테크와의 기술 격차를 줄이기 어렵기 때문에 동일한 체급에서 동등 이상의 성능을 구현해내는 것을 목표로 도전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예팀들은 AI 활용성을 높이는 데에도 속도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업스테이지는 아시아권으로 모델의 지원 언어를 확대해 글로벌 확산 기반을 마련할 방침이다. SK텔레콤은 자체 AI 모델의 산업 ·실생활 확산 성과를 바탕으로 국내 AI 생태계가 함께 활용할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드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정부도 이에 발맞춰 경쟁 및 지원 방식을 대거 전환한다. AI 모델을 국가안보 전략자산으로 보는 등 빠르게 변하는 글로벌 AI 경쟁 환경에 맞춰 프런티어급 모델 개발이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과기정통부는 기존 독자 AI 모델 외에 범용인공지능(AGI) 사업 등과 연계해 프로젝트 방식을 재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독자 AI 3차 평가는 2차 평가를 통과한 3개팀을 대상으로 진행해 이르면 올해 말 2개팀을 선정할 계획이다.
류 차관은 “글로벌 프런티어 기업들이 모델 성능을 기하급수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의 지원 규모나 경쟁 방식으로 따라갈 수 있는 환경인지를 참여 기업들과 계속 논의해왔다”면서 “소수 승자만을 뽑는 방식을 탈피해 프런티어 기업에 버금가는 모델 경쟁이 가능하도록 지원 방식을 전면 재편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정부 예산이 확정되는 대로 구체적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