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제와 통영을 비롯한 남해안에 광복절 연휴 사흘 동안 평년 여름철 강수량에 맞먹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거제에는 사흘간 900㎜가 넘는 비가 내렸고, 하루 강수량과 1시간 강수량 모두 관측 이래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산사태와 침수로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치는 등 피해도 잇따랐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5일 0시부터 17일 오후 4시까지 거제의 누적 강수량은 906.9㎜로 집계됐다. 통영에도 약 745㎜가 내렸다. 거제와 통영의 평년(1991~2020년) 여름철 강수량은 각각 935.1㎜, 728.8㎜다. 여름 석 달 동안 내릴 비가 단 사흘 만에 거제에 거의 모두 쏟아지고, 통영에서는 평년 여름 강수량을 넘어선 셈이다.
특히 17일 거제에는 하루에만 633.2㎜의 비가 내렸다. 이는 1972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후 거제의 일강수량 최고 기록이다. 오후 1시까지 집계된 577.4㎜만 놓고 봐도 전국 97개 종관기상관측지점(ASOS) 역대 일강수량 3위에 해당한다. 거제보다 하루 강수량이 많았던 사례는 2002년 태풍 ‘루사’ 당시 강릉 870.5㎜와 대관령 712.5㎜뿐이다. 통영 역시 이날 오후 1시까지 409.7㎜가 내려 관측 이래 일강수량 최고 기록을 새로 썼다.
비의 강도도 이례적이었다. 거제에서는 17일 오전 1시 32분부터 1시간 동안 124.5㎜가 쏟아졌다. 기존 1시간 최다 강수량 기록인 96.5㎜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기상청은 약 200년에 한 번 발생할 수준의 강수 강도로 분석했다. 통영에서도 1시간에 97.4㎜가 내려 기존 기록 86.5㎜를 경신했으며, 약 100년에 한 번 발생할 수준으로 분석됐다.
사흘간 이어진 폭우에 곳곳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17일 오전 4시 42분께 거제시 옥포동에서는 산사태로 쏟아진 토사가 주거시설을 덮쳐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통영시 산양읍 곤리도에서도 산사태가 발생해 주민 1명이 다쳤다. 소방청에 따르면 거제와 통영에서 접수된 집중호우 관련 신고는 1947건에 달했고, 소방당국은 20건의 인명구조 활동을 벌여 136명을 구조했다.
거제에서는 침수 피해도 잇따랐다. 아파트 지하주차장과 주택, 상가 등이 물에 잠겼고 도로가 침수되면서 차량이 물에 떠내려가는 모습도 나타났다. 엘리베이터에 갇혔던 주민들이 구조되는가 하면, 집 안으로 물이 들어차자 70대 주민이 창문을 깨고 탈출하는 일도 벌어졌다. 곳곳에서 주택과 차량에 고립됐다는 신고가 이어지면서 소방당국은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하고 구조와 복구 작업에 나섰다.
이번 폭우는 단순히 비구름 하나가 발달한 결과가 아니었다. 남서쪽에서 북동진한 저기압과 한반도 북동쪽에 자리한 고기압 사이로 강한 남풍이 불면서 남해의 고온다습한 공기가 남해안으로 집중적으로 유입됐다.
특히 남해의 해수면 온도가 27~28도로 높은 상태여서 남풍을 타고 들어오는 수증기의 양이 많았다. 여기에 남해안의 산지가 습한 공기를 위로 들어 올리는 지형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비구름이 빠르게 발달했다.
제13호 태풍 ‘돌핀’이 약화한 뒤 남은 저기압이 남쪽의 고온다습한 공기를 끌어올린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저기압과 고기압 사이의 기압 차가 커지면서 강한 남풍이 불었고, 이 바람이 남해의 수증기를 머금은 채 남해안으로 밀려들었다.
결국 수증기를 가득 머금은 공기가 강한 남풍을 타고 계속 유입되고, 남해안의 산지를 만나 상승하면서 짧은 시간에 많은 비를 쏟아내는 조건이 만들어졌다. 하층의 강한 남풍인 하층제트와 높은 해수면 온도, 지형 효과가 한꺼번에 겹치면서 거제와 통영에 기록적인 ‘극한 폭우’가 집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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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도를 넘나드는 사상 초유의 폭염 속 한국에서 무슨 일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