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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없는 기업들

17.08.2026 1분 읽기

민병권

논설위원

우리 철강 신화를 이끈 포스코는 창사 이래 58년 연속 전면 파업을 겪지 않았다는 대기록으로도 유명하다. 사내 노조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포스코 노조는 1988년 처음 설립됐다. 노조는 몇 년 뒤 간부 비리 사태 여파로 유명무실해졌지만 노경위원회가 1997년 설립돼 교섭 창구 역할을 대신했다. 2018년부터는 한국노총 포스코 지부가 세워져 임금·단체협상을 주도했는데도 노사 분규로 용광로가 멈췄던 적은 없었다. 노사 화합의 전통을 확립한 일본제철조차 모태인 옛 야하타제철 시절 분규 사태를 겪은 것에 비해 포 스코의 무분규 역사는 전 세계적으로 이례적인 사례다.

국내에선 포스코처럼 ‘파업 제로’ 역사를 쓴 한국 기업들이 적지 않다. 특히 독립운동가·교육자이자 사업가였던 고 유일한 박사가 100년 전 설립한 제약사 유한양행은 국내 최장 기간 무분규 사업장 중 하나로 꼽힌다. 롯데칠성음료·동아제약(51년 무파업), 고려아연(38년 무파업) 등도 노사 관계 파국 없이 잘 운영해왔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사측이 장기 근속 안착 등을 통해 고용 불안을 해소하고 노조가 화답해 안정적 경영에 협조해 왔다는 점이다. 이 같은 노사 화합은 회사 지속 성장의 밑바탕이 됐다.

이런 흔치 않은 무분규 기록 중 하나가 18일 갈림길에 선다. 이날 중앙노동위원회가 포스코 노조의 노동쟁의 조정 신청에 대한 결론을 낸다. 포스코 노사는 올해 임단협을 놓고 여섯 번 본교섭을 벌였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가 7.1%의 기본급 인상과 600%의 격려금, 200%의 명절 상여금, 우리사주 50주 등을 요구한 탓이다. 앞서 반도체 대기업 노조들이 사측으로부터 이른바 ‘N% 성과급’을 받아낸 여파로 포스코 등 다른 주요 기업들도 노조의 급격한 임금·상여금 인상 요구에 직면한 것이다. 기업 경영 성과를 이처럼 단기 임금·보너스 잔치로 소진하는 것은 황금알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것과 같다. 이런 와중에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포스코 무분규 전통마저 흔들리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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