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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비 사흘만에 퍼부어…터미널 잠기고 도로마저 뜯겼다

17.08.2026

광복절 연휴 사흘간 경남 거제와 통영 등 남해안에 여름 한철 내릴 비의 양을 웃도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1명이 숨지는 등 인명·재산 피해가 속출했다. 산사태와 침수로 100명이 넘는 주민이 구조되고 도로가 곳곳에서 유실되는 등 교통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17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달 15일부터 이날 오후 6시까지 누적 강수량은 경남 거제 912.4㎜, 통영 748.8㎜, 고성 429.0㎜에 달했다. 거제에는 평년(1991~2020년) 여름철 강수량(935.1㎜)의 97% 이상이 사흘 만에 쏟아졌고 통영은 평년 여름철 강수량(728.8㎜)의 102.5%를 넘어서며 여름 한철 강수량을 훌쩍 웃돌았다.

특히 이날 새벽 거제 장목에선 한 시간 동안 124.5㎜의 비가 쏟아져 1972년 관측 시작 이후 시간당 강수량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영도 한 시간 동안 97.4㎜가 내려 1968년 관측 이래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거제와 통영에서 소방 당국에 접수된 호우 관련 신고는 1947건으로 20건의 구조 활동을 통해 136명이 구조됐다. 기록적인 폭우에 인명 피해도 발생했다. 이날 오전 4시 42분께 거제시 옥포동에서는 산사태로 토사가 아파트를 덮쳐 주민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통영시 산양읍 곤리도에서도 주민 1명이 산사태로 하반신이 매몰됐다가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사망 사고가 발생한 아파트에서 대피한 황 모(42) 씨는 “산사태로 아파트가 흔들리고 아수라장이었다”며 “사람들을 돕다가 급하게 대피하면서 휴대폰과 지갑만 챙겼다”고 말했다. 50대 홍 모 씨도 “지진이 난 것처럼 큰 소리와 함께 건물이 흔들렸다”며 “흙더미와 차량이 현관을 막아 빠져나오지 못하다 소방대원에게 구조됐다”고 했다.

폭우가 휩쓸고 간 거제 도심 곳곳은 흙탕물과 토사로 뒤덮였다. 장평·고현·옥포 일대 도로가 침수되면서 차량이 물에 잠기거나 밀려났고 일부 도로에서는 아스팔트가 뜯겨 나갔다. 상가에도 흙탕물이 밀려들어 상인들은 비가 잦아들자 물에 젖은 집기를 꺼내고 바닥에 쌓인 진흙을 퍼내는 복구 작업을 벌였다. 산사태와 토사 유출로 도로가 막히면서 차량이 고립되는 사례도 잇따랐다.

정전 피해도 컸다. 거제 장승포·고현·연초 일대 1500세대와 통영 산양읍·한산면 일대 530세대 등 2000세대 넘게 한동안 전기 공급이 끊겼다. 학교와 공공시설도 침수됐으며 주요 도로와 터미널이 물에 잠기면서 버스 등 교통 운행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거제 양정동의 한 아파트에서는 엘리베이터가 침수돼 주민들이 내부에 갇히는 사고도 발생했다. 거제에 사업장을 둔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도 도로 침수와 교통 통제 등을 고려해 직원들에게 출근 대기 또는 출근 불가 방침을 전달했다.

거제 장평동에 사는 30대 김 모 씨는 “새벽부터 비가 거세게 내리더니 오전 4시께 정전돼 정오가 넘어서야 전기가 들어왔다”고 말했다. 휴가차 거제를 찾은 30대 직장인 이 모 씨는 “국도로 이동하다 산사태로 도로에 한 시간 넘게 갇혀 있다가 겨우 빠져나왔다”고 전했다. 장목면에서 민박집을 운영하는 60대 조 모 씨는 “태풍 ‘매미’ 때보다 비가 훨씬 심했다”며 “연휴라 객실이 모두 찼지만 손님들이 관광 일정을 포기하고 떠났다”고 했다.

이번 폭우는 제13호 태풍 돌핀이 약화한 뒤 남긴 고온다습한 공기가 강한 남풍을 타고 남해안으로 지속적으로 유입된 가운데 이 공기가 거제·통영의 산지 지형과 부딪히면서 강한 비구름이 반복적으로 발달한 영향으로 분석됐다. 기상청 관계자는 “서쪽 저기압과 동쪽 해상의 고기압 사이에서 형성된 강한 하층제트로 많은 수증기가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소방청은 두 차례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해 인력 387명과 장비 84대를 투입했다. 정부는 경남과 부산, 광주·전남 등 피해 지역에 특별교부세 30억 원과 재난구호사업비 4000만 원을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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