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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오픈소스 AI 위협적…인내 자본·우수 인재 확보 서둘러야”

17.08.2026 1분 읽기

서정명

논설위원

세계 주요국들이 국가 명운을 건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단순한 개별 기업의 기술 경쟁력 차원을 넘어 국가 대항전 양상이다. 미국은 민간기업이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AI 산업을 주도하고 있고 중국은 미국의 반도체·AI 수출통제에 맞서 국가 차원의 기업 지원에 사활을 걸고 있다. 우리 정부도 AI 데이터센터를 반도체에 이은 국가전략산업으로 선정해 2035년까지 1000조 원 이상을 투입하는 내용의 ‘AI 3대 강국’ 청사진을 제시했다. 김기응 국가AI연구거점 초대 센터장은 17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AI 산업은 1~2년이 아닌 10년 이상 국가 미래를 내다보고 예산과 투자 계획을 수립·집행해야 한다”며 “AI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는 장기 투자 성격의 ‘인내 자본’을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김재철AI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인 김 센터장은 “한국은 2022~2025년 동안 AI 인재가 해외로 빠져나간 순유출국”이라며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고 해외 인재 유치의 문턱을 낮춰 최고급 인재들이 유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 AI연구거점의 역할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으로 2024년 10월 출범한 조직으로 산 학연관을 아우르는 AI 연구 컨소시엄이다. KAIST와 고려대 ·연세대 ·포스텍 등이 참여하며 대학 교수진 45명, 학생 연구진 200여 명, 국내 협력 기업 12곳, 해외 공동 연구기관 14곳이 함께한다. 미국의 국립 AI 연구소, 영국의 앨런 튜링 연구소, 캐나다의 벡터 연구소 등 AI 선도국들은 정부 차원의 연구 구심점을 갖추고 있는데 이런 글로벌 흐름에 맞춰 조직됐다. 신진 AI 연구자를 발굴 ·육성하는 대표적 AI 연구 허브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AI 산업은 왜 강한가.

△미국은 정부가 규제 혁신을 통해 판을 깔아주고 AI 기업이 주도하면서 ‘프런티어 모델’을 창출하고 있다. 오픈 AI와 구글·앤트로픽과 같은 기업이 프런티어 모델을 개발하고 빅테크는 연간 수천억 달러를 투자해 데이터센터 등 생태계 구축에 나선다. 세계 최고의 인재가 모여드는 대학과 연구소 생태계가 탄탄하고 막대한 투자 자금이 ‘인내 자본’ 역할을 하는 것도 강점이다. 정부 역할도 공격적으로 바뀌고 있다. 지난해 7월 ‘ AI 행동 계획’을 수립해 규제 완화, 인 프라 확충, AI 풀스택 수출 지원에 나섰고 11월에는 ‘제네시스 미션’을 출범시켜 10년 안에 과학 연구 생산성을 두 배로 높이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이는 맨해튼 프로젝트 (원자폭탄 개발)와 아폴로 계획(달 탐사)에 비견되는 국가 대계라고 볼 수 있다.

-산업 지형의 게임체인저로 보는 것인가.

△그렇다. 미국이 첨단 AI칩의 대중국 수출통제로 컴퓨팅 접근을 아예 차단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특히 주목할 것은 미국이 AI를 단순한 산업 기술 차원을 넘어 과학·에너지·국방을 관통하는 국가 경쟁력 인프라로 규정짓고 천문학적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개별 모델의 기술 경쟁에 그치지 않고 데이터, 컴퓨팅, 연구 인프라 등의 통제권 싸움으로 판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AI 굴기’가 예사롭지 않다.

△무서울 정도로 성장 속도가 빠르다. 2017년 ‘차세대 AI 발전 계획’에서 2030년 세계 선도를 목표로 설정했고 지난해 8월 ‘AI 플러스 행동계획’을 수립해 기술 확보 단계를 지나 제조 ·의료 등 6대 핵심 산업에 AI를 통합 ·적용하고 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 오픈 모델 전략’이다. 딥시크 이후 알리바바의 ‘큐원’, 문샷AI의 ‘키미’ 등 중국 기업들이 고성능 모델의 가중치를 공개하는 것을 장기 경쟁 전략으로 채택했다. 미국의 폐쇄형 최상위 모델과의 성능 격차는 점점 좁혀지고 있고 오픈소스 생태계에서는 오히려 중국 모델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중국 모델을 글로벌 표준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인데 우리에게는 큰 위협 요인이다.

-중국 AI 산업의 저력은.

△기술 내재화가 눈에 띈다. 화웨이가 자체 AI칩 ‘어센드’를 설계하는 등 기업들이 자국 칩부터 모델·서비스까지 풀스택 자립을 밀어붙이고 있다. 한발 빠른 전력 인프라 증설과 세계 최대 규모의 AI 연구 인력도 장점이다. 미국이 ‘폐쇄형 프런티어+컴퓨팅 우위’에 집중한다면 중국은 ‘개방형 확산+풀스택 자립’ 전략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스 탠퍼드 AI 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미중 모델 간 성능 격차는 2.7%포인트에 불과하다. 중국은 논문 수와 특허 건수, 산업용 로봇 활용에서 이미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우리의 AI 수준은 어떤가.

△글로벌 AI 지수에서 한국은 6위 수준이다. 하지만 미국을 100점으로 놓으면 중국은 53.9점, 한국은 27.3점으로 상위권과 격차가 큰 게 사실이다. 한국의 강점은 분명하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반도체와 로봇·자동차 등 첨단산업 경쟁력이 탁월하고 디지털 관련 인프라도 세계적 수준이다. 인구당 AI 특허 건수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취약한 민간투자 기반과 전략산업 실증 지연, 글로벌 플랫폼 부족 등 약점을 보완해 나가는 노력이 시급하다. 특히 장기 로드맵에 따라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에 자금을 투입하고 오랜 기간 기다려주는 인내 자본을 조성하는 환경이 절실하다.

-‘AI 3대 강국’ 실현을 위한 방안은.

△선택과 집중 전략이 요구된다. 컴퓨팅·자본·인재 등의 분야에서 미중과 절대 규모를 놓고 정면 승부하기는 힘들다. 모든 영역에서 3위를 겨냥하기보다는 반도체와 결합한 AI 인프라, 제조 현장과 연계한 피지컬 AI, 원천 기술 등 강 점은 집중 육성하고 약점은 글로벌 네트워크와의 협력으로 보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정책의 일관성과 속도 역시 중요하다. AI는 국가적 과제인 만큼 1~2년짜리 예산을 짜기보다는 미국의 제네시스 미션처럼 미래 10년을 내다보는 장기 투자 방안이 뒤따라야 한다.

-핵심은 인재 확보 아닌가.

△그렇다. 컴퓨팅과 데이터는 돈으로 살 수 있지만 최고급 인재는 생태계가 구축돼야 모인다. 도전에 대한 합당한 보상, 실패가 허용되는 문화, 세계적 연구 환경 조성 등이 갖춰지면 국내외 인재들이 오게 마련이다. 하지만 한국의 AI 인재 순이동 지수는 2022년(-0.03), 2023년(-0.44), 2024년(-0.15), 지난해(-0.35) 등 4년 연속 순유출 상태다. 인구 대비 AI 특허·논문 건수는 세계 상위권이지만 정작 인력은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고급 인재에게는 파격적 지원비와 연구 활동을 보장하고 비자, 정주 여건 등 인재 유치의 문턱을 대폭 낮춰야 한다. 아울러 해 외로 나간 인재들이 빅테크에서 얻은 경험을 갖고 돌아와 일할 수 있도록 환류 시스템도 재정비해야 한다.

-올해 1월 AI기본법이 시행됐는데.

△AI기본법 시행으로 유럽연합(EU)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앞서 포괄적 AI 법제를 갖추게 된 것은 고무적이다. AI 제품과 서비스의 확인 제도 신설, 공공조달에서 AI 제품 우선 구매 등 진흥 장치도 마련됐다. 규제와 육성의 균형을 잡아가는 방향은 옳다고 본다. 하지만 보완할 대목도 적지 않다. 우선 ‘고영향 AI’의 판단 기준이 예측 가능해야 한다. 기업들이 자사의 AI 사업이 규제 대상인지조차 판단하기 힘들면 공격적 투자에 나서기 어렵다. 기준과 절차의 투명성도 높여야 하고 학습 데이터 문제도 풀어야 한다. AI 학습에 필요한 저작물과 개인 정보 활용이 법적 불확실성 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법령을 다듬어야 한다. 이는 독자 모델 구축의 전제 조건이기도 하다. 아울러 법령이 AI 기술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점을 감안해 시행령과 가이드라인 수준에서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보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3대 메가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가 크다.

△ 반도체와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 등 3대 핵심 축을 선정한 것은 올바른 전략적 판단이다. 한국이 역량을 발휘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분야다. 반도체는 초격차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피지컬 AI와 데이터센터는 제조업 강국이라는 비교우위를 갖고 있다. 세 가지 요소가 따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AI 풀스택’으로 맞물리게 설계된 점이 경쟁력을 담보할 것이다. 관건은 실행력이다. 과거 대규모 국책 프로젝트들의 실패 사례를 보면 부처별 칸막이와 예산 집행의 비효율성, 전력 등 인프라 미비, 우수 인재 부족 등이 사업 발목을 잡았다. 이런 잘못된 행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정책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꼼꼼히 준비해야 한다. 특히 피지컬 AI의 경우 단기 성과에 매몰돼 원천 기술 확보 없이 무리하게 진행했다가는 전면 재설계가 필요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노동 유연성 확보도 관건인데.

△ 주 52시간제 등 노동 규제는 노동자가 한날한시에 같은 공간에 모여 일하는 전통적 근무 형태를 전제로 설계됐다. 문제는 일하는 방식이 이러한 전제를 벗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서로 다른 시간대의 사람들이 실시간 협업하는 작업 환경이 조성되면 일하는 방식도 바뀔 필요가 있다. 노동 규제가 시대 흐름을 못 따라가면 새로운 고용 창출 기회를 놓칠 수 있다. 노동 유연화가 장시간 노동의 우회로가 돼서는 안 되지만 본인 동의와 정당한 보상, 건강권 보호 등의 원칙이 지켜진다면 근무시간의 자율적 운영도 검토할 만하다.

He is…

1974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과학고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산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브라운대에서 컴퓨터과학 석·박사 과정을 마친 뒤 2006년부터 KAIST 교수로 재직 중이다. 최고 권위의 국제 학술대회에 100편 이상의 AI 관련 논문을 발표했고 지금은 대규모 언어모델(LLM)과 의사 결정을 결합하는 차세대 원천 기술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2024년 10월부터 국내 최대 AI 연구 컨소시엄인 국가AI연구거점의 초대 센터장을 맡고 있으며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인재분과 위원으로 참여해 국가 AI 정책 수립에 힘을 보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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