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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K에서 ‘입는’ K로

17.08.2026 1분 읽기

최근 극장에서 화제작 ‘오디세이’를 봤다. 신화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지만 필자의 눈길을 붙잡은 것은 그 안에 담긴 인간적 고뇌였다. 망망대해를 떠도는 주인공은 끊임없이 선택의 순간에 놓인다. 때로는 함께하는 이들의 생사까지 좌우할 만큼 무거운 판단을 내려야 한다. 소신을 지키면서도 구성원을 이끌기 위해 고민하는 모습을 보며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좋은 영화는 보는 사람의 경험과 만나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콘텐츠의 힘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언어와 국경을 넘어 마음을 움직이고, 작품에서 받은 감동은 그 나라의 문화와 상품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 세계 곳곳에서 부는 K콘텐츠 열풍도 그렇다. 영화와 드라마·음악을 좋아해 한국을 찾고 우리가 입는 옷과 살아가는 방식까지 궁금해한다. 문화적 호감이 소비와 산업의 기회로 옮겨가는 것이다.

특히 K팝 팬덤을 보며 그 힘을 실감한다. 아티스트가 자신의 고민과 경험을 나누며 건네는 위로와 응원은 팬들의 일상으로 스며든다. 학업과 진로, 또래 관계로 마음을 닫은 아이들에게 “너 자신을 사랑하라”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노래 가사가 부모의 조언보다 깊은 위로가 되기도 한다. 이를 지켜본 부모에게도 아티스트는 단순한 스타 이상의 존재가 된다.

여기서 필자는 팬덤 경제의 가능성을 엿봤다. 기능과 가격으로 소비자를 설득하는 기존 시장과 달리 팬덤은 공감과 신뢰, 공유된 서사를 토대로 움직인다. 마음을 준 사람은 일회성 구매자에 머물지 않고 좋아하는 대상의 가치를 주변에 전하는 자발적인 홍보대사가 된다. 기업에는 새로운 시장으로 향하는 자산인 셈이다. 이 힘은 음악과 영상에만 머물지 않는다. 좋아하는 아티스트와 콘텐츠를 따라 그들이 선택한 스타일과 상품에도 관심을 갖게 되면 문화적 호감은 소비로 연결된다. 패션은 이러한 변화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산업 중 하나다.

한국패션협회도 K콘텐츠와 소재·제조·유통을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하는 데 힘을 싣고 있다. ‘K패션 커넥트(K-Fashion Connect)’를 통해 글로벌 진출과 투자 연계를 강화하고 ‘올인코리아(All in Korea)’ 프로젝트와 K패션 굿즈 제조지원단을 통해 콘텐츠 속 스타일이 국내 생산을 거쳐 상품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9월 초 열리는 ‘2027 S/S 서울패션위크’ 역시 국내 브랜드와 세계 바이어가 만나 상담과 수주를 논의하는 비즈니스의 장이다. 화려한 런웨이를 넘어 세계인의 관심을 우리 패션과 시장으로 연결한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이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K패션의 경쟁력은 어느 한 분야의 힘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기획과 생산·콘텐츠·유통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세계 시장의 수요와 만날 때 산업 전체의 경쟁력도 높아진다. 협회가 업계 간 협업에 힘을 싣는 이유도 이러한 선순환을 만들기 위해서다.

‘오디세이’의 여운은 생각보다 오래 남았다. 어린 시절 원서로 접했던 고전이 오랜 세월을 건너 스크린에서 새롭게 태어나니 익숙한 이야기도 달리 읽혔다. 우리 고전 ‘심청전’이 새로운 형식으로 재해석돼 세계의 관객을 만나듯 패션 또한 K콘텐츠와 만나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다. 더 많은 작품 속에 우리 패션의 감성과 기술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소비와 수출로 이어졌으면 한다. ‘보는’ K가 ‘입는’ K가 되는 순간, 이제 K는 문화의 성취를 넘어 산업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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