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전 실질적인 혼인관계 유무를 법원 작성 문서만으로 고려해서는 안 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분할연금 혼인기간을 산정하기 위해 당사자에게 별도의 재판 절차를 강요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취지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호성호)는 지난 6월 A씨가 국민연금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연금액변경처분의거부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B씨와 1992년 6월께 혼인한 후 2000년 2월 협의이혼했다. 이후 B씨는 2024년 4월 공단에 A씨의 노령연금에 대한 분할연금 지급을 청구했다. 당시 A씨는 2018년 2월부터 노령연금을 수령해왔다. 공단은 분할연금 산정 시 포함되는 혼인기간을 83개월로 판단하고, A씨와 B씨의 연금분할 비율을 각각 50%로 정하는 분할연금 지급결정을 내렸다. 이에 A씨는 국민연금심사위원회에 해당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심사를 청구했다. B씨가 1995년부터 가출해 별거를 시작했기 때문에 실질적인 혼인기간이 5년이 되지 않는다는 게 A씨 주장이었다. 국민연금법에 따르면 분할연금을 받기 위해서는 혼인기간이 5년 이상이어야 한다. 그러나 위원회는 A씨의 주민등록이 말소돼 있던 일부 기간만을 실질적인 혼인관계가 존재하지 않았던 기간으로 인정했다. 실질적인 혼인관계가 없었다는 내용이 기재된 재판서 등이 없다는 점이 판단 근거가 됐다.
A씨는 재심사 청구마저 같은 이유로 기각되자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국민연금법과 같은 법 시행령의 규정 내용 등을 고려할 때 실질적인 혼인관계가 없었던 기간을 법원 작성 문서로만 증명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법원 작성 문서로 한정하면 그 증명을 위해 당사자가 재판 절차를 진행하도록 강요하는 결과가 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판단을 토대로 재판부는 사실관계 등을 종합할 때 두 사람 사이에 1996년 3월 6일부터 실질적인 혼인관계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와 B씨 모두 무단전출을 이유로 주민등록이 직권으로 말소됐다”며 “재등록 이후에는 두 사람이 같은 주소로 주민등록이 이뤄진 사실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민등록 내역과 양측의 주장 내용을 전체적으로 종합해 볼 때 두 사람은 1995년께 별거를 시작했고, 1996년 3월께 이후에는 동거한 사실이 없다”며 “두 사람 사이에 혼인관계가 유지되고 있다고 볼 만한 교류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별거 이후 A씨가 자녀를 양육한 점, 협의이혼 시점까지 B씨가 A씨에게 양육비를 보낸 사실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자녀를 매개로 혼인의 실체가 유지됐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