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북한경제를 전담해 연구하던 조직을 경제안보 전반을 다루는 조직으로 개편했다. 북한경제뿐 아니라 공급망·핵심광물 등으로 연구 범위를 넓힌 가운데 북한경제 연구의 상징성이 약해지고 연구 동력도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한은 기획협력국 등에 따르면 한은은 최근 하반기 정기 인사와 함께 경제연구원 북한경제연구실을 ‘경제안보연구실’로 개편했다. 기존 북한경제 연구 기능을 유지하면서 공급망과 핵심광물, 전략물자, 대외의존도 등 경제안보 관련 연구까지 포괄하는 형태다.
한은은 북한경제를 포함해 국가 간 경제 관계와 공급망, 전략물자 등 경제안보와 관련한 연구 수요가 커진 만큼 연구 영역을 확대했다는 설명이다. 북한경제 연구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급변하는 대외 경제환경에 맞춰 연구 범위를 넓혔다는 취지다.
다만 이번 개편을 두고 한은 내부에서는 북한경제 연구가 조직의 핵심 의제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북한경제연구실’이라는 명칭이 사라지면서 한은 내 북한경제 연구의 상징성 자체가 약화됐다는 평가다.
한은은 그동안 북한의 산업 구조와 경제 흐름을 분석하고 북한경제 관련 통계를 추정하는 등 상당한 연구 역량을 축적해왔다. 특히 북한 산업연관표를 작성하는 등 북한경제의 구조를 분석하는 데 있어 전문성을 쌓아왔다.
하지만 관련 연구자들이 조직을 떠나면서 축적된 연구 역량과 노하우를 이어갈 기반이 약해졌다는 평가가 한은 안팎에서 나온다. 북한경제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인력이 줄어들면서 장기간 축적해온 연구의 연속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한은 내부에서는 과거 인사 과정에서 북한경제 연구자들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평가를 받았다는 취지의 목소리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분야의 해외 박사 출신 연구자들이 인사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했고, 북한경제 연구는 특성상 단기적인 정책 수요나 성과를 보여주기 어렵다는 점 등이 인사 평가에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정부의 ‘평화적 두 국가 관계’를 둘러싸고 북한을 바라보는 정부의 대북정책과 통일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한은이 공교롭게도 북한경제 연구 조직에서 ‘북한’이라는 명칭을 뺀 것을 두고 여러 해석도 나온다. 다만 한은은 이번 개편이 정부의 대북정책 변화와는 무관하며 경제안보 분야의 연구 수요 확대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연구 조직의 명칭 자체가 연구의 지속성과 전문성을 보여주는 신호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지적한다. 전직 정부 고위 관료는 “연구 조직의 명칭은 단순한 간판이 아니라 해당 분야를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인력을 양성한다는 신호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북한경제를 경제안보의 하위 연구 분야로 편입할 경우 연구 범위는 넓어질 수 있지만, 반대로 북한경제에 대한 장기적이고 독립적인 연구 수요가 약해질 가능성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경제 연구는 단기간의 정책 수요에 대응하는 것뿐 아니라 산업 구조와 경제 흐름을 장기간 추적하고 데이터를 축적해야 한다는 점에서 전문 연구 인력의 유지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북한 산업연관표처럼 오랜 기간 축적된 연구 결과 역시 이를 이해하고 이어갈 연구자가 없다면 연구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은은 북한경제 연구 기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경제안보연구실에서도 기존 북한경제 연구를 이어가는 동시에 최근 중요성이 커진 공급망과 핵심광물, 국가 간 경제관계 등으로 연구 영역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한은 관계자는 “북한경제 연구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경제안보라는 보다 넓은 범위로 연구 기능을 확대하는 것”이라며 “기존 북한경제 관련 연구도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