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오르면서 결혼식 하객들의 축의금 고민도 함께 커지고 있다. 예식 비용이 치솟자 축의금 액수 자체가 부담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예식 비용은 매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을 보면 웨딩홀 대관료와 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스드메)을 합친 평균 결혼비용은 2141만원에 달하며 서울 강남 지역은 3339만원까지 올라간다.
여기에 예물(평균 588만원)과 예단(평균 1030만원), 신혼여행 비용까지 더하면 결혼정보업계가 추산하는 총 결혼 비용은 평균 6800만원, 많게는 8000만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식장 물가 상승 속도가 워낙 가팔라 ‘웨딩플레이션(웨딩+인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이런 흐름은 하객들의 축의금 부담으로 고스란히 옮겨가고 있다. NH농협은행이 최근 3년간 거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평균 축의금은 11만7000원으로 2년 전보다 6.9% 올랐다.
액수별 비중을 보면 5만원(42.3%)이 여전히 가장 많지만 비중은 줄어드는 추세이고 대신 10만원(39.7%)과 20만원(7.5%)의 비중이 꾸준히 늘고 있다. 물가와 예식 비용이 비싼 서울의 평균 축의금은 13만4000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고, 20·30대가 평균 13만8000원을 내며 가장 넉넉한 액수를 준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지역 예식장의 1인당 평균 식대가 8만원에 육박하면서 “혼자 참석해도 10만원은 내야 혼주 적자를 면해준다”는 이야기가 온라인에서 나오는 배경이다.
축의금을 둘러싼 곤란한 상황은 여러 형태로 반복된다. 우선 청첩장을 전달하며 밥을 대접하는 ‘청첩장 모임(청모)’이 새로운 부담으로 떠올랐다. 모바일 청첩장이 보편화됐지만 하객을 결혼식에 오게 하려면 종이 청첩장을 직접 건네야 한다는 암묵적 압박에 예비부부가 결혼 2~3달 전 지인들을 일일이 만나 밥을 사는 관행이 자리 잡았다.
교류가 오래 끊긴 지인이 모바일 청첩장만 보내오는 경우도 대표적인 곤란한 상황으로 꼽힌다. 참석은 하지 않으면서 축의금만 요구하는 것 아니냐는 눈총을 받기도 하고 반대로 하객 입장에서는 참석하지 않고 축의금만 보내는 게 예의인지 아예 무시해도 되는지 기준이 모호해 갈등이 빚어진다.
실제로 배우 이서진이 방송에서 “식에 참석하지 않으면 축의금도 내지 않겠다”고 밝힌 발언이 온라인에서 큰 공감을 얻기도 했다. 이 밖에 축의금 접수를 맡을 가까운 친척이 마땅치 않아 대행 업체나 아르바이트 인력을 쓰는 경우, 축의금 액수를 두고 친분의 정도를 저울질하다 봉투를 비교당하는 상황 등도 흔한 고민거리로 꼽힌다.
이런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제도적 움직임도 시작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예식장업과 결혼준비대행업 사업자에게 기본서비스와 선택품목의 세부 요금, 계약 해지에 따른 위약금·환급 기준을 사전에 공개하도록 하는 중요정보고시를 개정했다.
지난 8월 1일부터는 이 표시·광고 의무 준수 여부를 집중 점검하고 있으며, 정보를 제대로 표시하지 않은 사업자에게는 최대 1억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예비부부가 계약 전 가격을 제대로 알지 못해 추가 비용을 떠안는 이른바 ‘깜깜이 계약’ 관행을 바로잡아, 결국 치솟는 예식 비용과 그로 인한 축의금 부담을 함께 낮추려는 취지다. 전문가들은 축의금이 원래 상부상조의 의미로 시작된 문화인 만큼, 액수 자체보다 예식 비용 거품을 걷어내는 근본적인 해법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