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 이중 세안은 어떻게 하는 거예요? 지금 한국에서는 어떤 성분이 가장 인기 있나요?”
14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CJ(001040) 올리브영 패서디나 매장. 800㎡(240평) 남짓한 매장 안에서는 제품을 고르려는 고객과 자신의 피부 고민에 맞는 제품을 추천하는 직원들의 대화가 끊이지 않았다. 한국 올리브영 매장에서 소비자가 직접 제품을 테스트하고 비교한 뒤 구매하는 모습과 달리, 이곳에서는 직원에게 자신의 피부 고민을 먼저 설명하고 제품 추천을 받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K뷰티를 ‘쇼핑’하는 공간이라기보다 K뷰티를 배우고 자신의 피부에 맞는 제품을 체험하는 공간에 가까웠다.
이곳에는 약 400개 브랜드와 협업한 5000여개의 상품이 구비돼있다. 하루 평균 방문객은 1500명 이상이며 비아시아 고객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올리브영 미국법인에 따르면 패서디나점의 객단가는 국내 올리브영 매장보다 2배 이상이다. 미국 판매가격이 관세와 물류비 등의 영향으로 국내보다 통상 10~15% 높은 데다, 한 번 방문해 여러 제품을 구매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많이 보여주기’보다 ‘무엇을 살지 알려주기’
강명지 CJ올리브영 미국법인 MD팀장은 “다른 뷰티 판매 채널과 차별화하기 위해 카테고리 중심의 큐레이션을 적용했다”며 “현지 고객이 반응할 수 있도록 상품 탐색부터 구매까지 전 과정에 큐레이션과 체험, 경험 요소를 촘촘하게 배치했다”고 말했다.
이에 매장 구성도 브랜드별로 상품을 나열하기보다 피부 고민·성분·효능을 중심으로 묶었다. 국내 매장보다 매대 한 칸에 배치하는 상품 수를 줄여 미국 소비자가 선택지를 직관적으로 볼 수 있도록 했다. 수분·광채·탄력 등 피부 고민별로 제품을 찾을 수 있고, PDRN·시카·콜라겐 등 생소한 성분은 효능과 적합한 피부 고민까지 함께 설명한다.
토너패드처럼 사용법 자체가 낯선 제품군은 별도 체험 공간을 따로 준비했다. 매장 한쪽에 마련된 세면대에서는 고객들이 클렌징 제품을 추천받으며 ‘한국식 세안법’을 직접 경험해보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직원이 ‘K뷰티 선생님’…스킨스캔으로 개인화
대표적인 큐레이션은 스킨케어 서비스다. 고객의 얼굴을 촬영해 모공·주름·트러블·자극·열감 등을 분석하고 피부 상태와 관리가 필요한 성분 등을 알려준다. 분석 결과는 고객 휴대전화로 전송되며 동일 연령대와 비교한 피부 위험도와 관리가 필요한 성분까지 안내한다. 이후 ‘더 뷰티 랩’에서는 피부 상태에 맞는 세안법과 선크림 사용법, 세럼 성분, 마스크팩 사용법 등을 안내받을 수 있다. 패서디나점에서 스킨스캔과 더 뷰티 랩 등 관련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은 하루 평균 약 150명이다.
이날 매장에서도 스킨케어에 대한 관심이 뚜렷했다. 레티시아(27) 씨는 “건조함이나 붉어짐, 주름 같은 피부 상태를 세세하게 분석해줘서 어떤 제품을 사야 할지 알 수 있어 좋았다”며 “K뷰티 제품을 쓰면 피부에 무언가를 두껍게 바른 느낌보다는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것처럼 자연스럽게 빛나는 피부를 연출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브룩 씨는 “K뷰티 하면 ‘클린(clean) 스킨’이나 ‘글래스(glass) 스킨’처럼 맑고 투명하게 빛나는 피부가 떠오른다”며 “어떤 상황에 어떤 제품을 써야 하는지 미국 제품보다 훨씬 구체적으로 알려줘서 좋다”고 웃어 보였다.
현재 올리브영 패서디나점 판매 상위권에는 라운드랩 자작나무 수분 선크림, 리쥬란 듀얼 이펙트 앰플, 아누아 어성초 쿼세티놀 모공 딥 클렌징폼, 아누아 PDRN 히알루론산 캡슐 100 세럼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뷰티 디바이스 역시 ‘사용 경험’에 초점을 맞췄다. 매장에 비치된 제품을 고객이 직접 피부에 사용해볼 수 있도록 했으며, 제품별 사용법과 스킨케어 루틴에서의 활용법을 확인할 수 있게 했다. 회사 측은 직원들도 디바이스를 설명할 수 있도록 약 일주일간 집중 교육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뷰티에서 웰니스까지…“먹고 바르는 K라이프스타일”
매장 한편에는 이너뷰티와 K푸드도 함께 구성해 ‘먹고 바르는’ K라이프스타일을 하나의 경험으로 묶었다. 이너뷰티 매대에서는 홍삼·글루타치온·프로틴 등 원료와 효능을 함께 설명하고, 샷이나 젤리 형태의 슬리밍 제품처럼 한국에서는 익숙하지만 미국 소비자에게는 생소한 제품도 선보였다. 올리브영은 향후 미국에서 화장품을 넘어 식품과 서플먼트까지 소싱을 확대하며 ‘웰니스 플레이어’로 영역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권가은 CJ올리브영 미국법인장은 “미국 올리브영 매장은 개별 진출의 한계로 해외 오프라인 시장에 들어가기 어려웠던 한국의 우수한 뷰티 브랜드들이 동반 진출할 수 있는 생태계를 여는 데 의의가 있다”며 “미국을 시작으로 한국 브랜드의 ‘글로벌 게이트웨이’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