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교육위원회가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서·논술형 시험 도입을 추진 중인 가운데 이 같은 제도 개편으로 사교육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대면 첨삭 등이 필수인 서·논술형 도입시 사교육 여건 및 공교육 경쟁력에 따른 소득·지역 별 교육격차가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차정인 국가교육위원장이 국회 교육위 업무보고에서 “(서·논술형 시험의) 기술적인 요소는 공교육에서 충분히 익혀나갈 수 있으며 학생들은 폭넓게 독서해두는 정도면 충분하다”며 사교육 확대 가능성을 일축했지만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는 볼멘 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감소 추세로 돌아선 초중고생 사교육비가 향후 반등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며 “교사 역량 강화 및 커리큘럼 확보 등 서논술형 도입 관련 인프라도 구축하기 전에 정부가 서·논술형이라는 도입이라는 목표에만 지나치게 집착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1년 새 1조 7000억 원가량 감소한 27조 5000억 원을 기록해 5년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바 있지만 대입 개편에 따라 사교육 수요는 언제든 반등할 수 있는 구조다.
15일 경기도교육연구원의 ‘수능 서·논술형 평가 도입에 대한 기대와 우려’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대입을 치른 학생들은 수능에 서·논술형을 도입할 경우 사교육 유발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 전망했다. 해당 보고서가 최근 5년 새 대학에 입학한 일반고·자사고·외고 출신 학생 10명을 심층면접한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들은 “서·논술형 수능 모델 도입 시 계층간 교육격차가 확대될 수 있으며 입시 경쟁 또한 가중될 수 있다”며 “채점 결과에 대한 학생, 학부모 불신이 심화되고 결과에 대해 대규모 이의 제기나 법적 분쟁 등 사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서·논술형 평가라고 하더라도 ‘모범 답안 암기’와 같은 기존 학습 체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보고서는 이와 관련해 “해당 제도 도입 시 가정 배경에 따른 격차뿐 아니라 지역과 학교에 따라 서·논술형 교육 여건이 불균등하다는 현실을 고려하여 이러한 격차 해소가 전제돼야 한다”며 “근본적으로 고등학교 교육과정과 수업 방식에 대한 변화가 동반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실제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서·논술을 수능에 도입할 경우 논술 사교육 수요가 대폭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상당하다. 교육부에 따르면 국내 초·중·고 학생의 논술 사교육 참여율은 2015년 6.7%에서 지난해 9.9%로 10년만에 1.5배 뛰는 등 논술 사교육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입시업계에서는 논술의 경우 국어·영어·수학 등 기존 교과과목과 달리 대면 첨삭 등이 중요한데다 온라인 강연 등의 대체 프로그램이 부족한 만큼 사교육 수요가 폭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논술 사교육 참여율은 수학(47.4%), 영어(46.8%) 등에 비해 크게 낮아 관련 시장 확대 여력이 크다는 점도 변수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논술 사교육을 듣는 고등학생의 경우 관련 비용으로만 월 평균 33만8000원을 소비해 가계 부담도 상당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주춤했던 사교육비 상승 추세가 다시 우상향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기준 논술 관련 사교육비 총액은 9123억원으로 참여율이 영어 사교육만큼 높아질 경우 논술 관련 사교육비 지출 총액은 4조원 수준으로 높아진다. 이에 따라 학령인구 감소 와중에 사교육비는 늘어나는 일종의 ‘시장왜곡’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학생들의 수준을 감안하면 수능에 전면적 서·논술 도입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논술형은 다방면의 독서 이외에 갖고 있는 생각을 글로 정리하는 글쓰기 훈련 등이 필요한 만큼 어느정도 학습이 돼 있지 않은 학생의 경우 답안지 작성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한 입시업계 관계자는 “행정고시 등 고학력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시험에서도 1차에서 객관식 시험으로 인원을 걸러낸 후 2차에 주관식 시험을 치르는 상황에서 수능 같은 대규모 시험에서 서·논술형을 도입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며 “실제 대치동 학원가에서는 이 같은 제도 개편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다수”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