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A교도소. 교도관 B씨는 한 수용자에게 “운동장으로 이동하라”고 지시했다. 실외 운동 시간이었지만 해당 수용자가 특별한 이유 없이 운동장 출입문 앞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B씨가 다가서자 수용자는 갑자기 주먹을 휘둘렀다. B씨는 수차례 이어진 폭행으로 코뼈가 부러지는 비골 골절의 중상을 입었다. 비슷한 시기 다른 교정 직원도 보호실에서 침구류를 수거하다 수용자에게 폭행을 당했다. 수용자가 갑자기 머리채를 잡아 흔든 뒤 바닥에 밀어 넘어뜨리면서 이 직원은 타박상 등의 상해를 입었다.
수용자 간 폭행 사건이 하루 20건꼴로 발생하는 등 교정시설 내 폭행이 급증하고 있다. 수용자끼리 다투는 것은 물론 교정 직원에게까지 폭력을 휘두르는 일도 끊이지 않고 있다. 5~7평의 비좁은 공간에서 10여 명이 생활하는 데다 이들을 관리할 교정 인력마저 충분하지 않은 탓이다. 범죄자를 교정해 사회로 복귀시키겠다는 교정시설 본연의 기능을 회복하려면 시설 확충 등 과밀수용을 해소할 근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법무부에 따르면 올 들어 6월까지 수용자 간 폭행으로 징벌을 받은 사건은 3583건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약 20건꼴이다. 수용자 간 폭행에 따른 징벌은 2021년 4762건에서 2022년 5130건으로 5000건을 넘어선 뒤 2023년 6166건, 2024년 6320건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7048건으로 최근 5년 새 가장 많았다.
교도관 등 교정기관 직원을 상대로 한 폭행도 끊이지 않고 있다. 올 상반기 직원을 폭행해 징벌을 받은 사건은 324건으로 하루 2건에 육박한다. 2022년 849건, 2023년 848건에서 2024년 724건, 지난해 629건으로 줄었지만 올해 다시 증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교정시설 내 폭행이 늘고 있는 배경으로 과밀수용을 꼽는다. 양쪽 어깨를 맞댄 채 자는 ‘떡잠’이나 몸을 옆으로 돌려 자는 ‘칼잠’을 청해야 할 정도로 생활공간이 비좁아지면서 사소한 마찰도 폭행으로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 ‘2026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교정시설 수용률은 125.8%로 2021년 106.9%보다 18.9%포인트 높아졌다. 정원이 100명인 시설에 126명 가까이가 함께 생활하는 셈이다.
문제는 수용자가 늘고 있지만 이를 관리할 교정 인력은 사실상 제자리라는 점이다. 지난해 교정직렬 공무원은 1만 6754명으로 2021년 1만 6728명보다 26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법무부는 서울경제신문에 “수용자의 직원 폭행 및 위해 행위 등 각종 돌발 상황에 대한 현장 대응력 강화가 중요하다”면서도 “현재 인력만으로 수용자 고령화 등에 따라 늘어나는 업무량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교정시설 사정에 밝은 한 법조계 관계자는 “수용자 한 명이 혈액투석 등으로 외부 진료를 받으려면 교정 직원 3명이 함께 나가야 한다”며 “근무 인력은 한정돼 있는데 외부 진료가 늘면서 내부 인력 운용과 현장 대응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가 과밀수용 완화를 위해 가석방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범죄자 조기 석방에 대한 국민적 반감 등을 고려하면 이것만으로 과밀 문제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교정시설 자체를 늘리는 중장기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법무부 교정본부장을 지낸 김학성 법무법인 율촌 고문은 “과밀화가 심해지다 보니 수용자끼리 조금만 부딪혀도 싸움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다”며 “노후 교정시설을 개선하고 신·증축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구치소는 법원과 가까워야 해 주민 반대나 높은 땅값 등으로 신축에 제약이 많다”며 “구치소의 과밀화가 더 심각한 만큼 신축을 위한 별도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