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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거품’ 잡으려다 내수 꺾인 中…韓도 고용부터 타격

14.08.2026 1분 읽기

중국 본토 증시에 상장된 반도체 기업들을 고용인원 순으로 줄 세웠을 때 한가운데 기업의 직원 수는 830명이다. 시멘트 기업(2만 174명)의 24분의 1에 불과하지만 평균 임금은 오히려 3배 높다. 미국 조사기관 로디움그룹이 집계한 이 숫자에는 중국이 지난 5년간 치른 구조 전환의 청구서가 담겨 있다. 중국의 첨단제조업은 부동산이 남긴 성장의 빈자리를 빠르게 메웠지만 일자리까지 대신하지는 못한 것이다.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중국 첨단제조업의 생산유발계수는 3.6~3.8로 부동산·건설업(2.6)을 크게 웃돌았다. 쉽게 말해 첨단제조업에 1위안의 최종수요가 생기면 부품·장비 등 연관 산업을 포함해 경제 전체에서 3.6~3.8위안의 생산이 만들어진다. 그러나 고용에서는 상황이 달라진다. 같은 규모의 생산을 하는 데 필요한 인력은 건설업이 제조업의 2.2배, 부동산업은 1.5배였다.

이 같은 고용의 빈자리는 앞으로 더 커질 수 있다. 자동화·로봇·AI 확산으로 2035년까지 중국에서 전통 제조업을 중심으로 9000만~1억 개의 일자리가 대체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줄어드는 제조업 일자리를 흡수하려면 서비스업 생산 증가율이 현재 약 5%에서 연 6% 이상으로 높아져야 한다.

고용의 빈자리가 소득을 제약하는 가운데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역(逆)자산효과까지 겹치면서 소비도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중국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50%에 달한다. 과거에는 집값이 오르면 가계 순자산이 늘면서 소비도 함께 증가했지만 부동산 가격 조정이 이어지는 지금은 반대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얼어붙은 소비심리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중국의 소비자신뢰지수는 2022년 4월 86.7로 급락한 뒤 지난해까지 기준선인 100을 회복하지 못했다. 백진규 국제금융센터 신흥경제부장은 “부동산이 어느 정도 안정돼야 사람들이 소비를 좀 더 자신 있게 할 수 있다”며 “부동산이 안정되지 않다 보니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소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도 안심할 수만은 없다. 중국과 경제 구조나 부동산 의존도는 다르지만 부동산 경기 둔화의 충격이 지방재정에 번지는 가운데 성장의 과실이 특정 첨단산업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닮은 경고음이 나온다.

가장 먼저 균열이 드러난 곳은 지방재정이다. 경기도 취득세는 2022년 11조 36억 원에서 2023년 8조 5418억 원, 2024년 7조 9020억 원으로 급감했다. 지난해 8조 2890억 원으로 소폭 반등했지만 올해는 다시 8조 1510억 원으로 줄어 4년 전보다 25.9% 감소했다. 부동산 거래가 줄면서 핵심 세원이 약해진 영향이다.

고용시장에서도 경고등이 켜졌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취업자는 전년 동기보다 10만 8000명 늘어 당초 예상한 22만 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상반기 제조업 취업자도 6만 2000명 감소했다.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2.0%에서 3.0%로 대폭 끌어올렸지만 고용은 성장세를 따라가지 못한 것이다.

고용 부진은 소득과 소비에도 부담이다. 올 1~5월 실질임금 증가율은 0.3%로 지난해 같은 기간(1.7%)보다 크게 낮아졌고 임금근로자도 석 달 연속 감소했다. 고용 둔화는 소득과 소비를 약화시키고 소비 부진이 다시 고용을 제약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물론 부동산 버블을 막기 위해 민간 부동산 개발로 이어지는 돈줄을 차단한 중국과 일명 ‘닥공(닥치고 공급)’에 나선 한국은 사정이 다르다. 경제부처의 한 관계자는 “건설사에 대한 대출을 회수한 중국과 공급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우리나라를 수평비교하는 것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물론 수요자에 대한 대출 제한이나 부동산 세금 강화는 결과적으로 중국과 비슷한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최근 중국에서 ‘나라는 강해졌는데 백성은 가난하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이런 문제가 한국에서도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반도체와 AI 등 강점 분야에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그 과정에서 생길 문제를 알고 가는 것과 ‘일단 가고 보자’는 것은 다르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이어 “정부가 성장의 과실이 다른 산업과 고용·소득으로 어떻게 확산될지 장기적인 청사진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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