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부터 재정사업에서 수도권보다 지방을 우대하는 정책을 대폭 확대한다. 지방 우대 적용 사업을 올해 7개에서 내년 20개로 약 세 배 늘리고 국비 공모사업에 필요한 지방비 부담도 지역별로 차등화한다.
14일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정부는 이 같은 방향을 반영해 2027년도 예산안을 편성하고 있다. 현재 지방우대가 적용되는 사업은 아동수당과 노인일자리, 청년일자리도약장려금, 국민내일배움카드, 지역사랑상품권, 창업사업화, 중소기업 혁신바우처 등 7개다.
지방우대는 전국 단위 재정사업에서 지역 여건에 따라 지원금과 사업 물량, 자부담 등을 달리하는 재정 원칙이다. 정부는 2026년도 예산에 이를 처음 도입해 7개 사업에 시범 적용했다. 기획처는 올해 시범 운영을 거쳐 내년부터 적용 범위를 본격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각 부처가 후보 사업을 발굴해 기획처와 협의 중이다. 올해 경제성장전략에서는 기존 7개 사업에 더해 대중교통 정액패스와 청년문화예술패스를 지방우대 확대 대상으로 제시했다. 이 밖에 문화누리카드와 평생교육이용권, 국민취업지원제도, 고용촉진장려금, 수출바우처 등 전국 단위 재정사업이 추가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지역별 지원 격차를 정할 기준도 마련한다. 정부는 서울과의 거리와 사회·경제 여건, 인구소멸 정도 등을 반영한 ‘지방우대지수’를 만들고 있다. 앞으로 각 부처가 사업 특성과 지방우대지수를 함께 고려해 지원 단가와 물량 등을 정할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지방비 매칭에도 지방우대 원칙이 적용된다. 기획처는 2027년도 예산 편성 지침에서 국비 사업에 참여하는 지자체의 부담 비율을 개별 지자체 또는 수도권·비수도권 등 유형별로 차등해 예산을 요구하도록 했다. 또 신규 연구개발(R&D) 등 공모사업에도 지자체별 차등 매칭을 도입하도록 했다.
이는 재정력이 약한 지자체가 지방비를 마련하지 못해 국비 사업을 포기하는 문제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기존 사업은 현행 매칭률을 유지하되 사업이 종료되거나 개편될 경우 차등 비율을 적용할 수 있다. 여러 지자체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사업에는 우선 선정하거나 지방비 부담을 낮추는 인센티브도 줄 수 있다.
실제 지난달에는 국비를 확보하고도 지방비를 대지 못해 사업을 접는 사례가 나왔다. 대전시는 한밭수목원 동원과 서원을 잇는 목조브릿지 사업을 위해 국비 10억 원을 확보했지만 이에 필요한 시비 10억 원을 편성하지 못했다. 총사업비 290억 원 가운데 시비 부담이 225억 원에 달했고 대형 투자사업 재검토까지 겹치면서 사업을 중단하고 국비도 반납하기로 했다.
기획처 관계자는 “지방 주도 성장이 우리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라며 “내년부터는 사업을 설계하고 예산을 요구하는 단계부터 지방우대 적용 가능성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