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푸 한두 방울, 물 한 컵을 아끼려는 습관이 피부·눈·호흡기 질환으로 이어져 병원비 지출을 키울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절약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세균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생활 습관들이어서 주의가 필요하다.
독일 라인발 응용과학대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마이크로바이올로지오픈(MicrobiologyOpen)에 독일 전역 호텔 객실에서 액체비누 디스펜서 104개를 수거해 미생물 오염 여부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방식은 리필이 가능한 표준 펌프형 용기와 일회용 디스펜서를 나눠 세균 수를 측정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 리필형 용기 57개 중 40개, 즉 70.2%에서 세균 오염이 확인됐다. 바닥에 남은 세제나 로션에 물을 부어 흔들어 쓰는 습관이 원인으로 지목됐는데, 물이 섞이면서 보존제 농도가 낮아져 세균이 번식하기 쉬운 조건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평균 총 세균 수는 mL당 22만 CFU(집락형성단위)였고, 최댓값은 mL당 770만 CFU에 달했다. 반면 리필이 불가능한 일회용 디스펜서의 오염률은 10.6%에 그쳐 차이가 뚜렷했다. 국내 화장품 안전기준상 기타 화장품의 총 호기성 생균 수 허용치는 1000개/g(mL) 이하로, 리필형 용기의 평균 오염 수준은 이 기준의 220배에 이른다. 물을 부은 샴푸나 바디워시, 핸드워시는 오래 두고 쓰지 말고, 리필 전에는 용기를 씻어 완전히 말리는 편이 안전하다.
주방 수세미도 마찬가지다. 음식 찌꺼기와 물기, 실내 온도라는 세 가지 조건이 겹치면서 겉보기와 달리 내부에는 세균이 남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진다.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실린 독일 기센대 등 공동연구팀이 가정용 주방 수세미 14개를 분석한 결과 362개 세균군이 확인됐고, 일부 표본에서는 1㎤당 최대 540억 개 수준의 세균 밀도가 관찰됐다. 연구팀은 수세미 내부의 빈 공간과 표면 전반에 세균이 퍼져 있었고, 일부에서는 바이오필름(세균막) 형태로 뭉친 부분도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냄새가 나거나 표면이 미끈거리면 즉시 교체하고, 사용 뒤에는 음식물 찌꺼기를 제거한 뒤 물기를 짜서 통풍이 잘되는 곳에 보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습기 물통을 비우지 않고 재사용하는 습관도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물을 잘게 쪼개 공기 중으로 분사하는 초음파식 가습기는 물통 속 세균이 실내 공기 중으로 함께 퍼질 가능성이 있다. 학술지 실내공기(Indoor Air)에 실린 중국 연구팀의 실험에서는 초음파 가습기를 2주간 가동했을 때 실내 세균 에어로졸 농도가 빠르게 늘었고, 상대습도 70% 조건에서는 일주일 안에 1000 CFU/㎥를 넘어섰다. 이때 검출된 세균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슈도모나스균속으로, 이 균에 속하는 녹농균은 피부 상처나 눈, 귀, 호흡기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가습기 물은 매일 비우고 물통도 말려서 보관해야 하며, 물때나 미끈거림이 느껴지면 즉시 세척하는 것이 원칙이다.
콘택트렌즈 보관 용기를 수돗물로 헹구는 습관 역시 감염 위험을 키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콘택트렌즈와 렌즈통이 물에 닿지 않도록 관리할 것을 권고한다. 정수 과정을 거친 수돗물이라도 남아 있는 미생물이 각막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학술지 안과학(Ophthalmology)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매일 새 렌즈로 교체하는 일회용 렌즈 착용자와 비교했을 때, 재사용 소프트렌즈 착용자의 아칸트아메바 각막염 발생 위험은 약 3.84배 높았다. 렌즈통은 수돗물로 세척하지 말고 매번 새 보존액으로 문질러 헹군 뒤 건조하며, 일정 주기마다 새것으로 교체하는 것이 안전하다.
공통적으로 지적되는 문제는 물기와 잔여물이 뒤섞인 상태를 방치하는 습관이다. 세척과 건조라는 기본 관리를 지키는 것이 결과적으로 병원비 지출을 줄이는 절약법이라는 점을 각 연구 결과가 뒷받침한다.
몸에 좋대서 매일 3시간씩 걸었는데…‘이렇게’ 걸으면 아무 효과 없다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