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13일 현재 진행 중인 박물관의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 전시품 가운데 한 점이 친일반민족행위자(친일파)의 작품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데 대해 공식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유 관장은 이날 박물관 대강당에서 진행된 ‘추사 김정희의 삶과 예술’ 강연 서두에 “‘우리들의 밥상’ 전시품의 검증 미흡으로 인해서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며 “국립중앙박물관이 현재 진행 중인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에 전시된 박원근의 ‘일반시국은’(一飯是國恩-밥 한 그릇도 나라의 은혜다)라는 작품이 동명이인의 작품일 가능성이 있어서 정확한 확인을 위해서 12일 작품을 철수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저희가 검증 절차가 미흡했음을 반성하고 앞으로 유물의 내력을 다각도로 교차 검증하도록 하겠다. 이와 연관해서 선조의 유물로 알고 예를 올렸던 애국지사 박원근 유가족분들이 겪었을 혼란과 상심에 대해 죄송스러운 마음을 전한다. 다시 한 번 관람객과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유 관장은 “저희가 어쨌든 검증을 확실하게 하지 못해 가지고 동명이인이 있다고 하는 사실은 저희가, 또 학계에서도 잘 몰랐던 사실인데 그래서 얼른 철수를 했다”고 설명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앞서 12일 공식 누리집에도 유 관장 명의의 사과문을 올린 상태다.
앞서 국립중앙박물관의 ‘우리들의 밥상’ 전시품 중에 애국지사 박원근(1912∼1950)이 쓴 것으로 알려진 유물이 친일파인 동명이인(같은 이름의 다른 사람)의 것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문제가 된 유물은 ‘일반시국은’(一飯是國恩) 유묵으로, 임진왜란 당시 승병을 일으켜 참전한 영규대사(?∼1592)가 말한 ‘한 그릇의 밥도 다 나라의 은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당초 박물관은 충북 보은 출신의 박원근 지사의 글로 소개했고, 이를 뒤늦게 알게 된 가족이 전시실에서 무릎 꿇고 흐느껴 우는 사진이 공개돼 주목받기도 했다.
그러나 곧 ‘박원근’이라는 이름이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규탄받은 박중양(1874∼1959)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제보가 접수됐다. 박중양은 일제강점기 중추원 참의, 황해도지사, 충북도지사, 일본제국의회 귀족원 칙선의원 등을 지냈으며 1919년 3·1운동 진압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물관 측은 “해당 작품은 2019년 한 미술품 경매에서 애국지사 박원근의 유묵으로 출품된 작품”이라며 “지난 10일 제보를 받은 뒤 유물을 철수하고 전문가들의 정확한 검증을 받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