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 존슨 감독의 신작 ‘토니(TONY)’는 전설적인 셰프이자 작가, 방송인인 앤서니 보데인의 19세 시절 한 여름을 완벽하게 담아냈다. A24 배급으로 8월 미국에서 개봉한 이 작품은 그의 자서전 ‘키친 컨피덴셜’의 초기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한다. 도미닉 세사가 젊은 토니를,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그를 셰프의 길로 이끄는 레스토랑 오너를 연기한다.
이야기는 간단하다. 바사르 대학생 토니(도미닉 세사)는 글쓰기를 꿈꾸며 여름 펠로우십에 도전하지만 낙방한다. 이에 그는 거짓말을 늘어놓으며 옛 짝사랑 낸시(에밀리아 존스)를 따라 프로빈스타운으로 향하고, 결국 소박한 해산물 레스토랑 ‘플래그십’에서 설거지 알바를 시작한다. 브라질 출신 오너 셰프(안토니오 반데라스)의 엄격하면서도 자애로운 지도 아래 토니는 시간을 때운다. 주방의 혼돈과 동료들, 특히 거친 살(레오 우달)과 스타브로스 할키아스과의 우정을 경험하며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씩 깨달아 간다.
무엇보다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도미닉 세사의 연기다.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홀드오버스’에서 가능성을 보였던 그는 이번 작품에서 본격적으로 영화 스타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거만하고 거짓말투성이인 동시에 상처받고 갈망하는 19세 청년의 양면성을 자연스럽게 체화한다. 수다스럽고 매력적이면서도 자기혐오가 배어 있는 그의 눈빛과 말투는, 훗날의 보데인을 예고하는 동시에 그 시절 자체의 생생함을 전한다. 안토니오 반데라스의 연기 또한 인상적이다. 조용하고 신비로운 멘토로서 주방이라는 공간을 통해 토니에게 ‘믿음’을 심어주는 역할을 과하지 않게 소화해 낸다. 레오 우달 역시 거칠고 충동적인 매력으로 영화에 활력을 더한다.
매트 존슨 감독은 전기영화 특유의 과한 신화화나 미래 암시, ‘천재의 탄생’ 서사를 교묘히 피한다. 주인공 토니를 처음부터 요리에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인물로 묘사하지 않는다. 대신 1975년 여름의 자유롭고 지저분하며 열정적인 분위기를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영화가 떠오르는 느슨하고 유기적인 흐름으로 포착한다.
주방 장면들은 드라마 ‘더 베어’보다 더 날것 같고 즉흥적이다. 코카인, 싸움, 실수, 그리고 그 안에서 싹트는 동료애가 과장 없이 살아 있다. 음식에 대한 열정 또한 ‘신성함’으로 포장되지 않고 땀과 스트레스, 우연한 발견으로 표현된다. 글을 쓰려던 토니가 정작 주방에서 자신의 드라마를 발견하는 아이러니야말로 이 영화의 핵심이다.
아쉬운 점도 있다. 낸시 캐릭터는 다소 평면적이라 로맨스 라인이 영화의 중심축을 충분히 지탱하지 못한다. 일부 장면은 느슨하게 흐르고 클라이맥스 역시 밋밋하다. 하지만 이러한 소박함이야말로 이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다. 영화의 본질은 ‘한 사람의 인생이 바뀌는 순간’을 담담하게 담아내는 데 있기 때문이다.
‘토니’는 보데인의 전 생애를 다루지 않는다. 대신 그가 ‘앤서니 보데인’이라는 이름을 세상에 알리기 전, 이미 자기 자신이었던 그해 여름을 보여준다. 즉 ‘어떻게 유명해졌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진정한 자기 자신이 되었는가’를 이야기한다. 감독 특유의 유머와 인간에 대한 애정이 스며 있어 단순한 팬 서비스나 전형적인 전기영화의 공식을 넘어선다.
이 영화는 음식 영화이자 성장 영화이며, 우정 영화이자 자기 발견의 이야기다. 러닝타임 106분이 짧게 느껴질 만큼 가볍게 즐길 수 있지만 여운은 길고 쌉싸름하다. 보데인을 추억하는 이들은 물론, 여름 한철의 청춘을 기억하고 싶은 모두에게 추천할 만하다.
/하은선 골든글로브 재단(GGF) 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