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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처리수까지 활용…“버티기론 한계, 비만 기다려”

12.08.2026 1분 읽기

남부 지방을 덮친 가뭄이 농촌의 농업용수 부족을 넘어 주민 생활용수와 대도시 식수원까지 위협하고 있다. 일부 마을에서는 제한 급수가 시작됐고 전국 각지의 소방차까지 물을 실어 나르는 상황에 이르렀다. 당분간 해갈에 충분한 비가 내릴 가능성도 불투명해 물 부족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2일 각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가뭄 피해가 가장 심각한 경남의 농업용 저수지 평균 저수율은 농업가뭄관리시스템(ADMS) 기준 33.3%로 평년(71.3%)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경남도 내 18개 시·군 가운데 함양을 제외한 17곳에 농업용수 가뭄 단계가 발령됐고 밀양·거제·함안은 최고 단계인 ‘심각’에 들어갔다. 경남도는 벼와 과수·밭작물 등을 중심으로 5703농가, 2121㏊에서 가뭄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했다.

농민들은 하늘만 바라보고 있다. 이날 오전 밀양시 부북면에서는 이통장협의회가 화악산 운주암에서 기우제를 열었다. 부북면에서 벼농사를 짓는 김태용(64) 이장은 “지난해는 비가 너무 많이 와 수해를 입었는데 올해는 또 비가 안 온다”며 “올해처럼 가물었던 적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저수지 하류에서 농사를 짓는 조 모 씨도 “벌써 벼가 빨갛게 달아올라 타들어가고 있다”며 “제때 물이 들어가지 않으면 이삭이 제대로 달리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전했다.

가뭄은 주민 일상까지 위협하고 있다. 광역 상수도가 공급되지 않아 소규모 수도 시설이나 지하수에 의존하는 통영·밀양·거제·양산·하동 등의 26개 마을에서는 시간제 제한 급수가 시행되고 있다. 밀양 남산마을의 한 주민은 “농업용수뿐 아니라 식수까지 말라 물을 담을 수 있는 용기마다 물을 채우는 게 하루 일과”라며 “씻는 것도, 빨래도 엄두를 못 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경남 김해에서는 하수처리장의 물을 끌어올려 재활용한 다음 농업용수로 쓰기까지 했다.

대도시 식수원도 비상이다. 11일 기준 울산의 주요 식수원 유효 저수율은 회야댐 18%, 사연댐 3.4%, 대곡댐 2.5%까지 떨어졌다. 지자체들은 사용할 수 있는 수원을 최대한 끌어모으고 있다. 김해시는 하수처리장에서 방류하던 물 가운데 하루 3600톤을 끌어올려 농업용수로 재활용하고 있다.

정부도 전국의 소방력을 투입했다. 소방청은 11일 오후 8시 경남에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해 16개 시도에서 물탱크차 200대와 소방인력 400명을 투입했다. 밀양에는 물탱크차 40대가 배치돼 30곳에 물을 공급했다. 강원 홍천에서 내려온 소방대원들은 하루 대여섯 차례 밀양강에서 한 번에 6000ℓ씩 물을 길어 농경지로 날랐다. 김 이장은 “급수 횟수를 조절하는 것을 보면 밀양강 수위만으로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급수로 잠시나마 벼농사에 도움을 줄 수 있겠지만 매번 이렇게 해줄 수도 없는 상황이라 하늘이 야속하다”고 말했다.

이번 가뭄은 전국적인 물 부족보다는 남부에 피해가 집중된 점이 특징이다. 11일 기준 전국 누적 강수량은 617.5㎜로 평년의 71.7%, 전국 농업용 저수지 평균 저수율은 평년의 68.7% 수준이다. 전국 평균만 보면 심각성이 두드러지지 않지만 영남을 중심으로 저수율이 급격히 떨어지며 지역 간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당장 해갈도 기대하기 어렵다. 기상청은 13~14일 남부 곳곳에 비나 소나기를 예보했지만 지역별 강수량 편차가 클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 대응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가뭄 대응을 위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마지막으로 가동된 것은 2012년이다. 행정안전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 폭염 중대본을 통해 가뭄에도 함께 대응하고 있으며 13일 회의에서 가뭄 상황과 대응 방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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